한국직업능력개발원, 2014년 ‘20∼34세’ 1000명 설문세계일보|우상규|입력2015.02.08 20:15 학업을 마치고 난 뒤 일도 구직활동도 하지 않고 노는 대졸 '니트족' 남성 20명 중 1명은 앞으로도 정식으로 취업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트족의 절반 이상이 청년층 고용 문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8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대졸자 취업능력 향상을 위한 대학교육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학을 졸업한 20∼34세 니트족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3.9%가 향후 정식으로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특히 남성의 경우 20명 중 1명꼴인 5.2%가 이같이 답해 여성(2.7%)의 2배에 가까웠다.
연령대별로는 20∼24세의 3.2%가 앞으로도 취업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25∼29세는 3.3%, 30∼34세는 5.1%로 나이가 들수록 취업 의지가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도권 대학 출신이 4.8%로 비수도권(3.0%)의 1.6배에 달했다.
전공별로는 예체능계가 12.0%로 취업 포기자가 가장 많았고, 자연계도 7.3%로 많은 편에 속했다. 반면 의·약학계는 취업 의사가 없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교육계와 공학계도 각각 1.3%와 2.2%로 상대적으로 취업 의지가 강했다.
대졸 니트족은 고용안정성에 크게 집착하지 않고 근로 조건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정규직 일자리에만 취업하겠다는 응답은 48.9%로,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괜찮으면 비정규직 일자리에도 취업하겠다는 응답(46.9%)과 큰 차이가 없었다. 조건에 관계없이 비정규직이라도 채용만 되면 취업하겠다는 응답은 4.2%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시점에서 응답자의 60.3%는 아예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비구직 니트족'이었다. 남성이 60.8%로 여성(59.8%)보다 이 비율이 조금 높았다. 비수도권 대학 출신(62.0%)이 수도권 대학 출신(58.5%)보다 많았다. 연령별로는 20∼24세 66.4%, 25∼29세 63.3%, 30∼34세 53.3%로 나이가 적을수록 비구직 니트족이 많았다.
이들이 구직활동을 하면서 느낀 어려움(2개 항목 선택)으로는 '일자리 자체가 많지 않다'는 응답이 36.0%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력·기능 자격이 맞지 않는다'가 27.7%였다. 이들이 대졸자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신의 기대보다 낮은 수준의 일자리가 많다는 의미다.
청년층 고용 문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는 54.9%가 정부를 지목했다. 이어 기업 23.6%, 개인 14.7%, 대학 6.8% 순이었다. 정부가 해야 할 정책에 대해서는 38.8%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축소를 꼽았다. 이어 비정규직 축소 25.1%,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25.0% 순이었다.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자발적 실업에 해당하는 청년 니트족 집단의 비율이 높은 편이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정부의 청년고용정책은 단기 일회성 지원에 저임금 파트타임 일자리보다 지속성과 안정성이 있는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청년들은 불필요할지 모르는 스펙 쌓기에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부나 지자체 등 신뢰성 있는 공공기관이 개입해 내실있는 직업훈련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원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률 70% 달성을 핵심 정책 목표로 설정한 정부는 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맥주집에서 대학생들을 만나 "스펙 8개가 기본이라는데도 취업이 안 되는 청년들을 보면 부모 세대, 선배 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청년실업 해소를 경제 정책의 가장 큰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