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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중립? 당신 자동차에 기어나 제대로 넣으시죠.
게시물ID : humorbest_575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명논객
추천 : 74
조회수 : 5114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01 09:12:24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01 07:23:37

소위 우파적 담론에서 힘을 얻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라고 볼 수 있어요. 하나의 축은 정치적 중립화의 표방, 다른 하나의 축은 탈정치화가 그것이예요.


그러니까, 지금 소위 '애국 우파'라는 양반들이 주장하는 것 중 핵심 고리가 '탈정치' 프레임인 것이고, 그게 안된다면 최소한 중립이라도 지키자는거예요.


자꾸 오유에 와서 정치 편향이 어쩌고, 선동이 어쩌고 떠드는 애들의 사고방식의 근저에는 모종의 탈정치 프레임이 깊숙히 박혀있는 애들이예요. 그러니까, '왜 문재인만 좋아하고 박근혜는 비판만 하냐' 라는 주장, 그리고 '편향되어 선동만 하는 집단'이라며 오유를 비하하는 주장 등이 그것이예요.


다수에 의해 운영되는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 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예요. '모르는 애들이 와서 선동당하면 책임질거냐'라는 그들의 주장은 이런 사고방식을 반영했다고 보면 돼요.


그런데, 기본적으로 다수에 의한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은 '중립'이 불가능해요. 왜? 역설적으로 불균등한 의식의 반영이기 때문이예요. 불균등한 의식은 '불안한'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하나의 연결고리가 생기면 폭발적으로 움직이는 거죠. 불균형한 것이 균형을 잡기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기본적인 자연세계의 속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불균등한 의식이 일정한 연결고리를 만나 균형을 잡기 위해, 정확히는 '질서'를 잡기 위해 움직인다는거죠.


예를 들면 러시아 대혁명. 제가 자주 러시아 혁명의 예를 드는데, 이런 운동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서 러시아 혁명만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예요. 러시아 혁명의 기폭제가 된 것은 노동자들이 짜르에게 '위대한 짜르이시여, 우리에게 빵 한조각을 허락하여 주소서'라며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인 '먹고 사는' 문제조차 짜르에게 간청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알 정도로 '후진적'인 의식 수준을 지니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노동자들에게 짜르는 총격을 가하죠. 결국 체제의 모순을 인지한 노동자들은 폭발적으로 들고 일어나기 시작해요. 이게 러시아 혁명이예요. 어떻게 그런 '후진적' 의식의 대중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그 누가 예상했을까요?


아주 단적인 또 다른 예는 바로 우리 사회예요. 지금 우리 사회는 중립적인가요?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박근혜 지지자 몇 퍼센트, 문재인 지지자 몇 퍼센트' 나뉘어졌다고 해서 그것이 곧 사회의 '중립성'을 나타내주는 표본이 되지는 않아요. 사회를 지배하는 프레임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계급 관계 등을 보아야 하는 거예요.


여타 추론 등에서 알 수 있 듯, 어찌 보면 정치적 '중립'이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거예요. 트로츠키가 이런 말을 했었죠. '달리는 열차에 중립은 없다'라고. 요컨대 소위 우익들이 외치는 정치적 중립이라는 건 사실 허상에 가깝다는 거예요. 당장 우리가 존속하고 있는 '국가'라는 집단은 중립성이 있는 집단인가요? 노동조합은 중립성이 있는 집단인가요? 어떤 집단에 대해 '너희는 왜 중립적이지 못하느냐'라는 비난은 헛소리라는 거예요. 한 마디로 지랄병입니다.


중립하지 못하면 탈정치하자! 소위 '애국 보수'들이 즐겨쓰는 타이틀 중에 '우리는 정치와는 상관 없다'라고 표방하는 집단이 좀 있어요. 기성 정치에 대한 염증으로 인해 그런 구호를 외치는 것이야 그럴 수 있다고 쳐요. 그런데, '우리는 정치적이지 않다'면서, '너희는 왜 정치적이냐'라고 비난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어요. 왜? 정치적이지 않다, 즉 '탈정치'라는 것도 하나의 이념이고 이데올로기예요. 이명박이 대표적인 탈정치 주자죠. "좌우를 뛰어넘는 실용주의 정부"라는 그의 슬로건은 그의 탈정치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봐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봅시다. 좌-우 이념만이 '정치'인가요? 만약 그것만이 '정치'라고 한다면 정치학 개론 다시 보라고 하고 싶네요. 이명박이 내세운 '실용주의'라는 것도, 굉장히 강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며 이념이예요. 그러니까 이명박이 외치는 구호도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우리는 정치와 상관없다'라고 극구 말하는 사람들 또한 자신들의 '비정치성' 또는 '탈정치성'을 정치적으로 어필하고 있어요. 요컨대 '탈정치'도 하나의 정치적 주장이라는거예요. 그런데 정치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한다? 앞 뒤가 안맞아요.


우리 오유에 상주하시며 '오유는 왜 편향적인가요?' 라든가 '오유는 왜 이리 정치적인가요?'라는 식의 똥글 싸시는 양반들아. 당신들 사고 방식의 근저부터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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