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커피를 마시고나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가슴도 쿵쾅쿵쾅 심하게 요동치고 입에서는 아메리카노를 다시 뽑아내며, 밑으로는 커피콩을 생산해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잠을 참을 때에는 커피를 약처럼 복용해야만 할때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은 매우 불규칙적이어서 평소때는 잉여처럼 손가락빨며 벽에 사다리타기를 그려넣으면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사다리를 타고는 점심 설거지 내기를 하고 있다. 그러다가 왼손이 이기면 왼손으로 히딩크 어퍼컷을 날리며 거실을 뛰어다니곤 하는데 그때마침 나갔다 돌아온 오빠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난 다시 조용히 내 방 안에 들어가 불을 끄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 새벽 2시에 일어나고는 그때부터 다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워 어린시절 내가 좋아했던 남자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히죽히죽 웃다가 라면이나 끓여먹고는 살이 디룩디룩쪄서 지금 제가 돼지입니다. 이렇게 한가할때는 잉여도 이런 잉여가 없지만 일이 몰아칠때면 5일 동안 2시간의 잠을 자는데 그 잠 마저도 십분, 혹은 삼십분씩 끊어서 책상에 엎드리거나 벽에 기대어 자곤한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면 어느틈엔가 노트북엔 글 대신 그사이 잠깐 꾸었던 꿈 내용이 적혀져 있을때도 있는데 평소 라이벌로 의식했기 때문인지 김태희 망할년이라는 글귀를 적은적도 있었다. 그럴때는 커피가 있어야 한다. 커피는 내게 음료가 아닌 약의 개념이다. 잠 안오는 약. 하지만 블랙커피는 마시지 못한다. 하지만 또 멋있는건 좋아해서 커피숍에 들어가서 아메리카노 시럽빼고 주세요 라고 멋있게 말하고는 구석에 놓여져있는 시럽통을 품안에 껴안고 단오날 아낙네 샴푸짜듯 미친듯이 시럽을 짜넣는다. 맛을 보면 그것은 이미 커피가 아니고 설탕죽인데 그거라도 마시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기에 억지로 입에 밀어넣으며 일을 하곤한다. 어느날 길을 걷다 멋진 남성을 만나게 된다면 내 설탕커피를 살며시 건네줄 것이다. 그럼 그 남잔 그 커피를 내 얼굴에 내뿜으며 말하겠지. "이렇게 달콤한 여잔 네가 처음이긴개뿔 이렇게 마실꺼면 차라리 엿먹어라." 그 남자. 어디있을까. 설레이는 커피의 계절,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