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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빽 썰.. 길글 TXT
게시물ID : military_57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블랙쿱
추천 : 10
조회수 : 4351회
댓글수 : 22개
등록시간 : 2015/08/14 06:49:47
스타빽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는데마다 있었던 우연한 빽 썰입니다. ㅋ

논산에 들어갔지요. 보충대에서 훈련소까지 오솔길은 왜이리 멀고 험한지.. 

그 짧은 1Km 정도, 29연대까지 거리는 그 나이에 걸어본 어떤 길보다 힘들었습니다. 

뭐 아무 생각 없이 얼차려받으며, 오리걸음하고, 기어서 도착했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도착해서 내무반 배정을 받으니 안도의 한숨과 기지개가 펴 지더군요. ㅋㅋㅋ

기지개를 펴는 순간... 복도에서 지나가는 조교와 눈이 딱 마주쳤지요.. 

그 때. 

전광석화같은 빠른 일병 조교가 이단 옆차기로 제 가슴을 강타.. 헉.. 

"이런 XXX끼야 여기가 니네 안방인줄 알아?" 하며.. 아 군대였지.. 뇌리에 스쳐지나가더군요. 

몇 주 뒤 우연히 훈련중 얘기하다보니 고등학교 1년 선배.. 

빽은 무슨.. 갈구기만 무쟈게.. 

그래도 수료하고 나갈 때는 뭐 정이 들었다고 울컥 하더군요.. 

1994_army_013.jpg

논산에서 기차를 타고 몇십분 안 되어

서대전에서 끌려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여기는 이등병의 천국 후반기 교육입니다. 

육군 통신학교.. 짜잔.. 

당시 통신학교는 대전 중심, 둔산동 쪽에 있었습니다. 

그 주변에는 당시에 공군부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도 그 쪽 지명에 "보라매"라는 지명이 들어간 곳이 있습니다. 

초소 밖 아파트는 베란다 쪽이 부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밤이면 커튼 안 치고 일 보시는 분들이 간혹 있어서 보초 교대할 때 오늘은 몇호다.. 전달하곤 했지요

하여튼. 

이등병의 천국, 육군 통신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데 어느날 갑자기 중령 한 분이 오시더만 부르더군요. 

아버지 친구분이셨습니다. 

고향이 대전인지라 아버지 친구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교관이 개인 면담을 하는데 고등학교 교장선생님 이름을 얘기하면서 잘 계시냐고 묻더군요. 

고등학교 한~~~참 선배님이셨습니다... ㅋㅋㅋ

저는 얼레벌레... 육군통신학교에서 학교장 상을 받고 수료를 하게 됩니다. 

보통 통신학교장 상을 받는 사람은 내부만 생활을 잘 하고 리더격인

군대에 적합한 애들이 받는데, 저는 교육점수는 탑이었으나 내무점수가 안 좋았음에도

막판에 뒤집기 하게 된거죠.. 제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중대장도 묻더군요.. "너 빽있냐?".. "없습니당.. "

제가 그런 상 받아서 어따 써 먹겠습니까.. 

군대에서 스타한테 상 받으면 사회에서 경찰도 안 잡는다.. 라는 뻥같은 군대 유언비어가 있었습니다만 그거 뻥입니다. 

군인들만 아는 얘기... 



그리고 수료 후.... 전에 잠시.

제가 있을 때 육군통신학교가 자운대로 이사를 합니다. 

323, 중계반송 운용병. 당시 후반기 교육이 8주였는데, 제가 들어가니 9주로 연장되더군요. 

그러나..  실제로 교육은 4주 딸랑 받고

5주동안 나무 베기, 나무 껍질 벗겨 기둥만들기, 잔디 떼서 붙이기, 페인트 칠하기, 

건물 앞까지 옮겨온 관물대 막사에 넣기, 막사 청소하기 등등등 별의별 노가다는 다 하던중

"우리 언제 수료하냐.. 얼른 자대가고 싶다.. " 생각이 들 때 쯤 나가랍니다. (여기가 천국이었음을 잘 모르고.. )

신막사에서 수료한 최초 기수가 되었습니다. 



수료 후.. 

목적지를 배정받는데,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더군요. 

50%정도 모인 그룹, 40%.. 그리고 나머지 잔당. (저는 40%그룹)

조교가 목적지를 얘기해 주는데.. 저희를 보며.. 어라? 여기가 의정부네?(보통 3군쪽 인원이 더 많다고..)

잔당들은 진짜로 운 좋은 사람들.. 후방인겁니다.. 

사실 저는 제가 어디로 갈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의도치 않은 빽이 있었잔아요.. 알려주시더군요.. 

X사단.. 당시 뭐하는 곳인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

이번엔 대전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참을 올라갑니다. 

훈련소 수료 후 기차에 탔을 때는 기차 관리병들이 엄청 겁을 줘서 쫄았는데

두 번 째 이등별 달고 짬 두달 먹었다고 콧방귀 끼며 아예 대놓고 잤습니다. 

용산역에서 있다가 성북여에서 한참을 멈추더군요. 

아.. 여기 제가 다니던 학교 앞입니다. 

간혹 전철타고 이동하는 이등병들을 제대 후에 본 적이 있지만(그 전에는 관심 없어서 기억이 없었는데.. )

저희는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기차가 의정부까지 갔습니다. 



의정부 보충대에 내려 3일간 있었습니다

전국에서 후반기 교육 받은 이등병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통신, 전차, 화학 등등등.. 

후반기 교육을 받은 이등병들은 그 안에서 분대장을 뽑아서 부대가 3일간 운용됩니다. 

인원이 수십명씩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뭐 그 두달여간 서로 다른거 했다고, 뭐 잘났다고 주특기 별로 맨날 쌈질 했네요.. 

그 중에 제일은 전차.. 맨날 싸움의 원인이었지요. 

주특기별 분대장들 맨날 불려가서 화장실 변기물에 대가리 박고 했다더군요. 

거기서 본, 사복 입은 갓 입대한 애들 보면서 우리는 마치 낼모레 제대할 병장처럼 거들먹거들먹.. 



그것도 잠시. 

우리는 사단 배정을 받습니다. 

저와 제 동기(훈련소-후반기) 한  명은 같은 사단으로 배정받고 여기에서 뿔뿔히 흩어집니다. 

3사단 배정을 받았는데.. 어디인지도 모르고.. 있던차

동기놈이 얼굴이 하얘서 오더군요.. "3사단 백골이래.." 뜨헉!!!

우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또 다시 위로 올라갑니다. 

군인은 착석하면 졸음이 몰려오지요

한참을 졸던중.. 

검문소 건물 위에 설치된 백골상이 눈꼽이 붙어 겨우 뜬 눈에 들어오는 순간 잠이 확 깨더군요. 

아.. 큰일났다.. X되었다.. 

이 때가 7월 초순. 

여기서 다시 기다림이 시작됩니다. 

사잔 보충대겸 훈련소에서 이틀인가 사흘인가 있었네요. 

각 주특기별로 사단에 배정된 인원이 10여명이었던 것 같은데

사단 보충대 오자마자 조교가 샤워부터 시켜주더군요

그러면서 "물이 차가우니 절대로 탕에 바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훗.. 7월인데. 더워죽겠는데? ㅋㅋㅋ

하지만. 발목만 담갔음에도 1초안에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주기표 달고 있는 이등병들의 부러워하는 시건을 느낄 수 있었던 잠시.. 

자대에 갔습니다. 

백골상.jpg

사단 통신대 중계중대에는 

거의 대부분이 통신학교 출신 중계장비 운용병, 중계장비 정비병, 발전기 수리병이었습니다. 

자대에 가면 누나 있냐 뭐하냐 등등 조사 하지요. 

누님이 있던 저는 술술 불었습니다. 

뭐 소개받을 것도 아니면서 고참들은 좋아라 하지요.. 

학교 어디냐 전공이 뭐냐 등등.. 

그런데 그 옆에 서 있던 소대장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이야기지만 저희 누님과 좀 알던 ROTC 장교 출신 쏘가리였던 것입니다.. ㅋ

이 분은, 나중에 중대원들 묵인하에 이뤄지던 중대관행을 제가 뒤집어 썼을 때 커버 쳐주더군요.. (거의 영창 갈 뻔 했는데)

정말 감사하더군요.. 그렇게 자대빽1은 중간에 제대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중대장이 바뀌었습니다. (일병 중반)

개인 면담을 하던 중 학교 얘기를 하더군요.. 

아아.. 대학교 선배였던 것입니다. 과는 다르지만 85학번이었던 것으로.. 

통신학교에서 상 받고 나왔겠다.. 장비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기능을 줄줄 외고 있던 저는, 

이 때부터(일병 말) 사수로 각 연대, 전방 대대에 파견나갑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죠.. 보통 상병 중반부터 사수로 나가는데. 

지금은 군대가면 대학나온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당시 통신학교 출신 또는 중계중대 인원중 대학 다니던 사람이 반도 안되었습니다. 

그것도 다른 주특기에 비하면 엄청나게 높은 것이었죠. 

게다가 자가 장비좀 알고 있으니 어디 문제가 생겨 고장 나면 다들 쩔쩔 매는거 금방 고치곤 했지요 

그래서 급히 중대장이 저를 꽤 신뢰하게 되고 중대장이 불러서 당장 파견나가라고 더플백 싸서 연대 나가면

별 것도 아닌데 헤매고 있고.. 5분만에 고쳐 놓고

두달간 띵가띵가 놉니다(파견 순환기간 2달..)

연대 사령부 벙커 옆 통신 벙커 안에서 두 달간 얼굴 허옇게 떠서 복귀하는거죠. 

밤에 라면 끓여 먹고.. 간혹 소주 사다 먹고.. 

연대 교환병, 암호병들이랑 놉니다. 

그렇게 자대빽2와의 인연은 제대할 때 까지 이어집니다.

그러다 상병말쯤.. 

맨날 교회다니라던 대대장이 진급 후보 8년차에 겨우겨우 대령달고 나가면서

새로 대대장이옵니다. 

어느날 대대장실 보수공사하는데 불러서 얘기하는데

대학교 선배 ROTC 출신인겁니다. 

이렇게 대대장 선배... 중대장 선배... 최상의 라인이 형성되었습니다. 

이 때 부터 인사계(당시까지 우리는 인사계라보 부름) 상사님의 대우가 달라집니다. 

맨날 애들 패고, 걸핏하면 "병장들 집합~~" 해서 병장들 패고..

그러면 병장들은 상병 왕고 패고.. 그러면... 그러면.. (당시까지 그랬습니다)

젊었을 때 사단 태권도 사범이었다던(확인불가) 덩치 좋은 인사계가.. 

저를 안 건드리는겁니다... 

대대장이 일개 사병을 돌봐주거나 자주 보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일병 중간 이후로는 자대 생활보다 파견지 생활이 더 많았고

얼떨결 포상휴다고 많았고.. 

이렇게 의도치 않은 빽들의 도움으로 제 군생활은 꿀빨았습니다.. 

여러분.. 3사단 아주 편해요.. 많이 지원하세요.. 

저 쪽, 2x 또는 22x보다 눈 덜오고 덜 춥고요

아랫쪽보다 덜 덥습니다. 

강원도 중에서 서울권이랑 제일 가깝습니다. 서울까지 2시간밖에 안 걸려요.. 


1994_army_011.jpg


쓰다보니 재미 없는 글 너무 길게 썼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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