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이란 무엇인가 느끼게 하는 사건들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정 인물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보면 그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언론에서 누군가에 대해서는 완전히 비켜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실드가 안된다면 약한 강도의 도덕적 질타 뿐이었다. 이를테면 윤창중의 여자 인턴 성폭행 시도 및 감금 사건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사건의 규모를 작아보이게 만들었다. 반면 김용민에 대해서는 동시대에 문대성의 논문복사 사건과 김태형의 제수 성폭행 미수 사건을 축소시키고 그것만 부각되게 만들었다.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뒤늦게 사태 진화에 나서건, 꼬리자르기에 나서건 언론의 저격을 받은 이들은 복구할 수도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되고 중요한 국면에서 우리는 결국 지고말았다.
이번에 표창원에 대한 강력한 공격이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또 하나의 정말 크고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 아시아나 항공 추락과 같은 이슈가 워낙 크니 언론에서 크게 다룰 수 밖에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그 뒤에 이어서 나올 다른 보도행태가 눈에 뻔하다. '국정원 규탄 부르짖던 표창원, 알고보니..... 논문 표절' 사실관계에 대해 정직하게 쓰지않고 오로지 '논문표절'만 부각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국정원에 대한 규탄 자체가 마치 '논문 표절자와 그 동조자 일부'의 목소리인 것처럼 바꾸어 버릴 가능성이 높다. 언어 프레임을 꾸준히 빼앗겨온 결과일 것이다. 이런 부분이 정말 속상하지만, 우리 시대에 감내하고 가야할 부분이라고 본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김용민을 부각시키고, 사건 당사자들과 그 당, 그리고 박근혜를 후퇴시킨 수법과 대조해보면 그런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나는 우리부터라도 언어 프레임을 새로 짤 것을 제안한다. 당하고 또 당할 수는 없다.
아직 다수의 논의조차 있지 않았지만 이번에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서도 결과 그대로 '논문 인용 오기' 논란이라고 할 것을 제안한다. '논문 표절'은 변희재의 트릭이다. 눈 앞에 보이는 이미지를 지저분하게 만들어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이야기되도록 만드는 수법이다. 그렇다고 내가 제안한 표현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변희재가 그토록 울부짖는 '팩트'로 보자면 저건 논문 인용에 있어서 오기이다. 표창원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 스스로의 잣대에 따라 표절 인정이라 했지만, 언론에서는 그의 진의를 왜곡할 것임이 자명하다. 그러므로 나는 이번에는 단순한 하나의 팩트로 우리가 '축소'시키고 무너트리기 힘든 언어 프레임을 장악할 것을 건의한다.
아직도 큰 판의 본질은 국정원이라는 국가 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이다. (물론 가장 가까운 이슈가 대선이라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일 뿐이다) 국정원의 활동은 까고 또 까도 할 말이 없어야 할 문제임은 문제의식을 가진 모두가 알지 않던가? 그런 와중에 용감하게 나선 하나의 시민의 16년전 행적을 가지고 규탄의 목소리 전체를 매도하려는 악랄한 시도를 눈 뜨고 당하는 것이 현명하고 영리한 것인지 나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ps.표창원과 문대성을 같은 라인에 세우지도 말라. 한 사람은 자신의 엄격한 잣대를 자신에게 들이밀고 사과할 줄 알았고, 나머지 하나는 그렇지도 않았을 뿐더러 그 와중에 유지한 정치인 자리를 이용하여 비만세 따위의 수작이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