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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래터 무비는 살인마를 인간으로 만들면서 시들해졌다
게시물ID : movie_129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자칸13
추천 : 0
조회수 : 5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07 23:10:59

80년대만 해도 공포 영화 장르는 슬래터 무비의 전성기였습니다.

13일의 금요일 제이슨에서부터 나이트메어의 프레디, 조금 마니악하게는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레더페이스에 이르기까지,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극장 안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았죠.

그러던 것이 2000년대 넘어오면서부터 리메이크, 리부트 되기 시작하더니 당초 올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점차 시들어졌습니다. 제이슨 시리즈 같이 과도한 우려먹기를 비롯해서, 더 이상 슬래터 무비 속 살인마들에게서 그 매력을 찾을 수 없습니다. 슬래터 무비에 전혀 맞지 않는 3D 기법을 도입하면서, 어떻게든 시류에 적응하려 애쓰기는 하지만 관객은 절대 날아오는 도끼나 칼을 보려고 극장을 찾지 않습니다. 공포 영화는, 그렇습니다 공포를 느껴보기 위해서 보는 거죠. 그런데 막상 사람을 썰고 찌르는 행위는 어느 정도 영화가 진행되다 보면 무감각해 지기 마련입니다.

더구나 그 큰 문제는, 최근의 슬래터 무비가 이들 살인마 캐릭터들에게 인간미라는 것을 부여한다는 점입니다. 제이슨의 경우는 어릴 적 괴롭힘 당하던 장면을 영화 속 회상 씬으로 삽입한다던지, 혹은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레더페이스에게도 가족의 정이라는 것을 부여한다든지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런 시도는 절대 관객에게 통할 수 없습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은 교감할 수 있는 다크 히어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악의 순수 결정체인 살인마 캐릭터이기 때문입니다.

혹여 다른 장르라면 모르겠습니다만, 등장 인물을 푸줏간의 돼지고기마냥 썰어대는 살인마를 보면서 "사실 얘도 착한 녀석이었어"하고 억지로 감정을 이입시키려 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오히려 관객에게 시시함만 전해줄 뿐이죠.

최근에 본 영화, "텍사스 전기톱 연쇄 살인사건 3D"를 보고 나서 든 생각입니다.

영화 속 살인마 레더페이스는 "별 다른 이유 없이" 놀러온 희생자들을 썰어대고 그 얼굴 가죽을 뒤집어 쓰는 성적 취향을 지닌 살인마여야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레더페이스에게 인간미를 주려했고, 가족을 주려했습니다. 결국 레더페이스는 영화 후반부에서 갑자기 악역의 위치에서 내려와, "정당방위"로 인해 사람을 도살하는 "피해자"의 탈을 쓰게 되죠. 관객은, 이런 살인마를 무서워할까요? 절대 그럴 리 없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감에 있어서 입체적 캐릭터의 매력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직선적인 캐릭터가 통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바로 슬래터 무비에 나오는 살인마 캐릭터들처럼 말이죠. 앞으로의 호러 무비는, 되도록이면 살인마를 "인간"으로 만들지 말아 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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