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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운문 - 벚꽃잎아
게시물ID : humorbest_5759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탑꼭대기
추천 : 35
조회수 : 1172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02 19:55:23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02 11:39:47

벚꽃잎아


낯선 이 땅도 해는 밝고 하늘은 파란데

내 마음을 모르는지 너는 

어머니가 곱게 매주었던 저고리 고름색을 닮은 

연분홍빛


어두운 방 안에 우두커니 앉아 

잘 짜여진 쇠 창살 틈 새로 너와 눈이 마주치던

나의 하얀 눈.


차갑고 축축한 뱀의 손 끝에 짓밟힌

열일곱 흰 국화를

너는 다 보았지, 벚꽃잎아.


연분홍빛 저고리 고름은 이리저리 찢겨져

하루에도 몇 번이고  

뱀의 몸이 나를 친친 감아올 때면

나는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숨 막힘에도 


너를

보았다.


어머니가 여행길에 잘 떠나라고 매 주었던

벚 꽃 잎 아


나를 떠나보낸 어머니의 눈물처럼

봄에도 하늘이 울었다.


파아란 하늘에 흩날리던 너는

잘 짜여진 쇠 창살 틈새로 내게 다가와

-울지 마라.

하고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며 지던


너는

어머니.


매일을 기다리며 차가운 새벽에 

깨끗한 물을 떠다놓고

-천지신명님, 우리 순이가 잘 돌아오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올릴 우리 어머니는.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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