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 800만대를 돌파한 현대·기아차가 국내시장에서는 수입차에 안방을 내주면서 점유율이 처음으로 70% 밑으로 떨어졌다. 내수 점유율 70% 벽이 깨진 것은 1998년 12월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합병한 이후 처음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69.3%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41.3%, 기아차 28.0%다.
현대·기아차는 1998년 합병이후 줄곧 70%를 웃도는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2007년에는 70.5%까지 하락하기도 했지만, 2009년에는 76.8%까지 치솟으며 정점을 찍었다. 그러다 2012년 74.6%에서 2013년 71.4%로 차츰 하향 곡선을 그렸다.
특히 지난해는 수입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5월까지 꾸준히 70% 선을 유지했으나 6월부터는 60%대 후반에 머물렀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5.5% 증가한 19만6359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점유율(승용차 판매 기준)도 13.9%로 전년보다 1.8%포인트 늘었다. 2010년(6.9%)에 비해서는 무려 두 배나 늘어난 수준이다.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지난해 내수시장에서 선전했다. 한국GM은 지난해 출범 12년 만에 연간 최대 판매 실적(15만4381대)을 올렸다. 르노삼성도 QM3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보다 33.3%나 급증한 8만3대를 팔았다.
올해도 현대·기아차의 안방 사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입차는 25만대 판매, 점유율 15%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도 올해 내수 시장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 현대차 69만대, 기아차 48만대로로 지난해 내수 판매가 각각 68만5191대, 46만5200대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성장’에 가깝다.
현대·기아차는 경기 둔화와 수입차 공세 등 시장 환경을 반영해 판매 목표는 보수적으로 잡았지만, 올해 다양한 신차 출시 통해 점유율 하락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한 데 이어 쏘나타 1.6 터보,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가 잇달아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투싼·아반떼·K5 등 주요 모델의 신차도 대기 중이다.
내수 판매에 영향을 주는 ‘안티 현대차’ 바람에도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 전담 조직인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온라인상의 잘못된 루머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판매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며 “현대·기아차가 이러한 시장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확보해야 안방시장의 우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