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벌써 자정
아직 방도 안 닦았고
이도 안 닦았고
싱크대 가득 쌓인 그릇도 안 닦았다
내일 떠날 기차 시간도 이른데
내가 잠 못 드는 이유는
제 시간에 맞춰놓은 핸드폰 알람 때문만은 아니라
내일 오랜만에 보는 셋째 언니네 집에 들고갈
아기자기한 조각케익들
보고 기뻐 손뼉 칠 조카들
벌써 눈앞에 행복하게 아른거려서
초코가 다 녹겠네!
굼뜨던 몸 순식간에 일으켜
냉장고 속으로 케익상자 넣으며
손에 다 묻은 끈적한 달콤한 초코
물티슈로 손가락 하나하나
살살 닦아줄 생각이 따스하게 아른거려서
이럴게 아니라 빨리 할 거 하고 자야지
걸레를 빠는 물이 앗 차가워도
냉장고 속 초코가 다시 굳는 것만치 따뜻한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