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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한국 영화 첫 공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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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MCU91
추천 : 0
조회수 : 66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23 14: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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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레드카펫에 선 <아가씨> 팀. 조진웅, 김태리, 박찬욱, 김민희, 하정우(왼쪽부터).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멀찍이 떨어진 작품이다. 시대극이고, 전작에 비해 대사가 무척 많고, 두 여성주인공을 서사의 전면에 내세운 것도 처음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전작과의 유사성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으로 한 얘기는 절대 아니다. 성에 갇힌 소녀가 탈출을 감행하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스토커>(2012)와 함께 묶일 만하다. 같은 사건을 각기 다른 인물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공동경비구역 JSA>(2000)와 <복수는 나의 것>(2002)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 밖에도 폭력을 묘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올드보이>(2003)나 단편 <컷>(2004)을 떠오르게 하는 장면이 있지만, 이 영화에선 그리 중요한 건 아니니 그냥 넘어가자. 어쨌거나 분명한 건 <아가씨>가 박찬욱 감독의 전작 중에서 인물들의 목표가 가장 간단명료하면서도 식민지 조선의 혼란스러운 근대화 풍경, 범죄 장르, 여성주인공, 로맨스, 변태성, 폭력 등 다양한 레이어가 존재해 무척 매력적인 영화라는 사실이다

‘일본과 조선은 한몸’이라는 내선일체(內鮮一體) 구호 아래 일본이 조선인의 정신을 말살하고, 조선을 착취하려고 했던 1930년대 조선과 일본이 <아가씨>의 무대다. 보영당이라는 전당포를 운영하는 유명한 여성 장물아비 복순의 손에 자란 숙희(김태리). 일찍이 “진짜 돈과 가짜 돈을 구분할 줄 알고, 자물쇠 따는 법과 소매치기 기술을 두루 익힌” 그녀는 복순을 도와 “낳자마자 버려지는 핏덩이를 일본에 팔아넘기는” 일을 한다. 어느 날,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의 하녀로 들어가게 된다.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히데코는 이모부이자 후견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엄격한 보호를 받으며 살고 있다. 그런 히데코를 속여 그녀의 재산을 가로채 조력자 숙희와 나누겠다는 게 백작의 야심찬 계획이다. 숙희는 히데코가 백작을 사랑하게 만들려고 거짓말을 하고, 어미 없이 유모(김해숙)의 손에 자란 까닭에 외로운 히데코는 숙희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아가씨>는 총 3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백작이 숙희를 히데코에게 보내 히데코를 속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로, 숙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반대로 2부는 히데코의 시점으로 1부를 재구성하는데, 이 과정에서 히데코의 어린 시절과 코우즈키의 젊은 시절이 플래시백을 통해 드러난다. 마지막 3장은 1장과 2장을 거쳐 달려온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2부가 끝날 때까지 히데코와 숙희 그리고 두 여성을 둘러싼 백작과 코우즈키가 서로를 속고 속이면서 마치 케이퍼무비를 보는 것 같은 쾌감이 발생하고, 그로 인한 긴장감이 차곡차곡 구축된다(영화의 초반부, 백작이 보영당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범죄 계획을 설명하는 장면은 영락없는 케이퍼무비 속 범죄 설계자다). 이때 히데코, 숙희, 코우즈키 모든 인물의 한가운데 있는 백작의 역할이 중요한데, 하정우의 능청스러움이 서사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인물 관계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두 여성의 관계성에 주목한 원작 <핑거스미스>와 달리 <아가씨>는 국가가 개인보다 우선하고, 전근대와 근대의 경계에 걸쳐 있어 혼란스러운 식민지 시대를 히데코, 숙희, 백작, 코우즈키 등 네명의 지렛대 뒤에 배치시킨다. 어쩌면 박찬욱 감독이 와이드앵글인 애너모픽 렌즈(좌우 화각이 넓은 2.35:1 화면비율로 영상을 담아낸다.-편집자)를 선택한 것도 개인뿐만 아니라 혼란스러운 식민지 시대상까지 한데 담아내고 싶었던 게 아닐까(이야기에서 비중이 큰 코우즈키 저택은 단적으로 서양과 일본의 건축양식이 뒤섞였다는 점에서 식민지 조선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무엇보다 <아가씨>는 금기의 시대에서 섹슈얼리티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에서 꽤 통쾌하다. 그 섹슈얼리티는 단순히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혹은 성장)을 찾기 위해 자신을 가두고 있던 알을 깨뜨리고 나가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밖에도 정정훈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조상경 의상감독, 송종희 분장감독, 김상범 편집감독, 정서경 각본, 제작자 임승용으로 구성된 ‘팀 박찬욱’의 노련함이 <아가씨>의 세계를 완벽하게 직조해냈다.






출처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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