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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들에게 친절해야 하는 이유
게시물ID : sisa_576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남양주완소남
추천 : 14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08/07/29 22:58:04
내 일 (수요일) 저녁, 약 8시에 양심선언을 한 이길준 이경이 농성을 하고 있는 신월동 성당에 가서 짤막한 강연을 하려고 합니다. 사실, 목적이라면 강연 그 자체보다도 지지와 연대의 표명입니다. 제게는 이길준 이경의 "나는 부당한 진압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왠지 그 유명한 "우리가 기계 아니다!"를 떠올립니다. 전태일의 분신 의거가 노동자들의 급진화 시대가 온다는 것을 알렸다면 이길준의 의거는 국가에 의해서 동원되어 국가의 도구의 역할이 강요된 젊은이들이 그 역할을 거부하는, 젊은층의 자율주의적 동요의 시대가 이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해줍니다. 돈과 빽이 없고, 도미 유학하여 거기에서 눌러앉을 만한 재력과 문화 자본 등도 없어서 군대로, 의경 부대로 끌려간 젊은 가난뱅이들은, 여태까지는 부자들의 국가가 그들에게 맡긴 기능, 즉 또 다른 가난뱅이들의 절망적이다 싶은 저항의 외침들, 농민이나 비정규직의 데모들을 분쇄하는 기능을 거의 "훌륭하게" 해온 것이지 않습니까? "자유주의자"이었다는 노무현 정권 때만 해도 "진압" 과정에서 농민, 노동자 두 분이 맞아서 결국 유명을 달리 하게 된 있을 수 있는 상황들이 다 벌어졌음에도 죽음의 길로 내몰린 빈농들을 때리라는 명령을 받은 의경들이 그 범죄적 명령을 거부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강부자 국가"의 진정한 면목이 보다 확연히 밝혀져서 그런지 이제는 좀 달라지기 시작하는 모양입니다.



이길준 님의 양심 고백을 지켜보면서 제가 의경 등에게 시위자들이 폭력을 휘두르지 말아야 하고 가능한 한 친절해야 한다는 제 옛날 생각이 맞았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물론 장교의 명령대로 방망이와 방패를 휘두르는 이 앞에서는 "비폭력"과 "친절"의 정신을 간직하기가 쉽지 않지만, 결국 강제로 군복을 입게 된 이 젊은이도 나와 같은 가난뱅이이며 똑같은 국가의 피해자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면 "비폭력"의 길로 갈 만한 힘이 절로 생기지 않겠습니까? 사실, 가진 자들의 가장 사악한 도구란 "분리 통치" 아닌가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중년의 숙련공과 20대의 비숙련공, 남성과 여성, 대기업의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노동자가 철저하게 분리돼서 차등화되어 그 연대가 차단되는 것처럼, 군복을 입게 된 젊은이들은 병영이라는 밀폐된 공간 안에서 지내면서 선임병의 폭력 위협 아래에서 같은 또래의 시위자들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 이와 같은 병영이라는 감호 기관의 존재로 인한 "분리"를 우리가 인정한다면 벌써 국가의 논리에 놀아나 패배를 보는 것이지요. 이를 받아들여 의경들에게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발길질이나 한다면 그 의경들은 국가의 도구로서의 정체성을 오히려 굳히게 되는 것이고, 국가의 분리 통치 전략이 이기게 되는 것입니다. 쇠파이프보다 강력한 것은 비폭력적 설득의 논리, 자리이타의 논리가 아닐까요? 결국 촛불시위의 목적이라면 그 의경들도 예편한 뒤에 미친 소의 고기를 먹으면서 민영화된 가스, 물, 전기의 값을 매우 비싸게 내고 치료 받을 때마다 자기 부담을 많이 하는, 그러한 국가에서 살지 않게 해주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리가 군복을 입은 그들을 위해서도 싸우는 것이고, 또 그만큼 그들을 형제로 대해주는 것이 도리가 아닙니까? 그래야 그들의 양심도 곧 되살아납니다.



혁명이라는 것이 곧 폭력이라고 단정하면 이게 큰 오산입니다. 자본의, 국가의 도구 노릇을 강요 당한 이가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양심대로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게 진정한 혁명의 발단이지요. 혁명이라는 것도 궁극적으로 오래전부터 체제 속에서 살면서 잃어버린 나 본래의 면목, 나 본래의 마음, 나의 동심 (童心), 나의 초심의 회복의 길이 아니겠습니까? 







박노자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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