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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주고 합의해라"…술집서 피의자 협박한 경찰
게시물ID : sisa_5777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용한시민
추천 : 12
조회수 : 622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5/02/20 16:18:06

http://news.nate.com/view/20150220n06925








아, 이 사람 정신 못 차리네. XX, 친해졌다고 대충 뭉개는 거지? 까불어라, 진짜. 그냥 똘똘 말아버렸어야 하는 건데!"



조직폭력배를 다룬 영화의 한 구절 같습니다. 그렇다고 믿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말은 영화 속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찰, 정확히는 '서울 강서경찰서 최 모 경사'가 조사하던 피의자에게 했던 말입니다.



"정신을 고쳐줘야겠네. 내가 원칙은 알지만, 잘 봐주고 있는 거야. 이런 거 잘못 걸리면 죽어, 알았어?"



피의자를 윽박지르는 고성,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비속어, 비아냥거리는 말투와 비웃음, 1시간가량 이어진 녹음 파일을 들으며 전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경찰이 어떻게 국민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취재하면 할수록 제 마음은 더 무거워졌습니다.



▶ [SBS 8시 뉴스 리포트 '"2장 주고 합의해라" 술집서 피의자 협박한 경찰']



● "당신이 성추행했다며? 피의자랑 합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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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갑니다. 직장인 박 모 씨는 부하 여직원 오 모 씨와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평소 지각을 자주 하던 오 씨가 그날도 늦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화를 참지 못한 박 씨는 오 씨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고, 오 씨는 그 자리에서 넘어졌습니다.



그로부터 석 달 지난 어느 날, 박 씨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발신자는 자신을 '서울 강서경찰서 최 모 경사'라고 소개했습니다. 그리곤 박 씨가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으니, 조사받으러 나오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 경사가 박 씨를 불러낸 곳은 경찰서가 아닌 구청 앞 벤치였습니다.



그날 밤 박 씨는 벤치에 앉아 취조 아닌 취조를 받아야 했습니다. "당신이 오ㅇㅇ 씨 성추행했지? 허벅지 만지고, 브래지어 끈을 만지작거렸다며? 왜 그랬어?" 박 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도 거세게 따졌습니다. "내가 손목을 잡아당긴 건 사실이다. 화가 나서 그랬다. 그건 목격자도 있으니 인정한다. 그런데 성추행은 정말 안 했다. 회사 건물 바로 앞에서, 그것도 아침 8시에 그렇게 성추행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박 씨가 반발하자, 최 경사는 인심이라도 쓰는 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어떤 세상인지 몰라? 내가 잘 봐줄 테니, 피해자랑 합의해. 합의금은 두 장(2천만 원) 준비하고."



하지만, 박 씨는 자신의 결백을 끝까지 주장했습니다. 자신이 저지르지 않는 범죄를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 경사는 집요했습니다. 이후로도 박 씨를 경찰서가 아닌 술집, 길거리 등으로 수차례 불러냈습니다. 심지어 직장에까지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조서를 작성해야 하니 경찰서에 나오라고까지 했습니다. 최 경사가 통보한 출석 시각은 다른 경찰이 근무하지 않는 토요일 밤이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뉴스 리포트에서 다 전해드리지 못했던 두 사람의 대화를 조금 더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최 경사(이하 '최') : 이ㅇㅇ 씨 알지? 그 사람도 당신한테 추행 당했다고 얘기해.

박 모 씨(이하 '박') : 그 사람은 언제 그만 둔 사람인데. 뭔 소리야?

최 : 당신이 게슴츠레하게 쳐다봤다고 진술했어. 내가 당신을 보니까, 이00 씨 진술이 맞는 거 같아.

박 : 내가 한 거는 했다고 얘기해요. 손목 잡아당긴 건 인정해요. 목격자도 있으니까. 그런데 추행은 무슨… 마음대로 소설 쓰지 마세요!

최 : 내가 수사관이란 말이야. 당신 이러면 내가 어떻게 쓸 거 같아? 검찰로 보낼 때 어떻게 쓸까?

박 : 검찰이 아니라 대검찰청을 가도 내가 할 말은 해야겠어. 한 건 한 거고, 안 한 건 안 한 거야. 진실대로 합시다!

최 : 내가 팁(정보)을 엄청 준 거야. 당신들은 내가 그렇게 줘도, XX, 막말로 이제 좀 친해졌다고 대충 뭉개는 거지? 내가 저번에 OO 회사 임원도 집어넣었어. 벌금 1천만 원 나오고.

박 : 내가 그동안 변호사를 안 썼던 이유가…

최 : XX, 변호사는 무슨, 하여튼 웃겨. 무슨 변호사면 다 되는 줄 알아? 내가 얘기했지? 이제 당신 다른 직장 알아보라고! 어휴, 이렇게 사태 파악 못 하는 인간은 처음이네.

박 : 아니, 무슨 성추행이고, 이ㅇㅇ, 그 사람이 지금 왜 나와?

최 : 까불어라, 진짜. 그 얘긴 흘리지 마. 발설했다가는 죽는 거야, 알아? 실수하지 말고. 잘해주려고 해도 잘해줄 수가 없네. 그냥 똘똘 말았어야 했는데.

박 : 이미 성추행했다는 소문이 돌아서 난 피해가 엄청나.

최 : 박ㅇㅇ씨, 정신 차려야겠다. 쓰고 가라, 지금. 합의서 쓰고 가라. (후략)



● 조작된 '허위' 경찰 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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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씨가 경찰에서 진술한 녹음파일을 들어보면, 박 씨가 시종일관 절박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단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박 씨의 이런 진술을 듣고 최 경사가 작성한 조서 내용은 전혀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확보한 조서를 보면, 박 씨가 범행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범행 사실을 인정한다. 피해자에게 미안하다. 어떤 처벌이라도 받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모두 최 경사가 허위로 조사를 작성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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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 아니라, 최 경사는 동료 경찰이 근무하지 않는 주말 밤 박 씨를 불러 조사했습니다. 그럼에도, 조서에는 최 경사가 동료 경찰과 '함께' 조사한 것처럼 작성돼 있었습니다. 최 경사는 심지어 하지도 않은 조사를 2시간 동안 한 것처럼 꾸미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사실은 박 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감찰에 나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뒤늦게 최 경사를 대기발령하고 조서 허위 작성과 협박, 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 남겨진 의혹과 부실한 해명

최 경사와 '성추행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여성 오 씨,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일까요? 왜 최 경사는 오 씨를 대신해 박 씨에게 합의하라고 종용했을까요? 또, 왜 박씨를 경찰서가 아닌 제 3의 장소로 불러냈으며, 조사 과정에서 욕설과 비속어를 쓰며 협박했을까요? 수상한 점은 한두 개가 아니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을 확인하기 위해 취재진은 최 경사와 오 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명을 들을 순 없었습니다. 아울러 최 경사를 감사했던 서울 강서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도 구체적인 범행 경위에 대해 문의했지만, "최 경사가 수사상 편의를 위해 그렇게 하다가 실수한 거 같다."란 모호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담당 부서 과장의 진급 그리고 '현장 우대 인사 방침'

이런 비위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담당 부서 과장(경정)은 지난달 인사 때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으로 진급했습니다. (※ 해당 보직이 진급자가 많이 나오는 이른바 '진급 유력 보직'이 아니란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란 평가가 많았습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취임 후 줄곧 "현장에서 고생하는 경찰을 인사에서 배려하겠다."라며 '현장 우대 인사' 방침을 고수해왔습니다. 이번 취재를 하며, 강 청장이 그렇게 말해왔던 '현장 우대 인사'가 과연 이런 것이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피의자를 경찰서가 아닌 술집 등으로 불러내 욕설과 비속어를 써 협박하고, 변호사를 선임하지 말라며 압박하고, 하지도 않은 조사를 한 것처럼 기재하고, 동료 경찰과 같이 수사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는 일선 경찰의 비위사실에 대해 경찰 수뇌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기자이기 전에 '시민'으로서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경찰을 '민중의 지팡이'라고 얘기합니다.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바람에서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박 씨에겐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가 아닌 민중의 '몽둥이'였을 것입니다. 이런 비위 사실을 흐지부지 넘긴다면, 경찰은 국민의 믿음과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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