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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곡성 개인적인 감상
게시물ID : movie_577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들의황혼
추천 : 1
조회수 : 47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5/24 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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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곡성을 보고 난 이후 며칠 동안 곡성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네요.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서 답답한 기분.
낚시에 걸려 올라온 물고기가 물 밖에서 숨을 쉴 수 없어서 답답한 것처럼 답답합니다.

그러다가 이게 바로 비극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기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어디엔가 분명히 진실은 있는데 내가 보고 느낀 진실과 세상이 말하는 진실의 간극 때문에 계속해서 진실을 찾아서 헤매게 되는 느낌.

다른 영화들은 영화속 주인공은 진실을 모르더라도 관객은 진실을 알고 있고, 영화속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을 관객이 유추해서 느끼게 하는데 곡성은 관객 스스로가 그 감정을 직접 느끼도록 합니다.

굉장히 혼란스럽고 답답하면서 불편한 영화인데, 마치 현실 그 자체가 피해자에게는 혼란스럽고 답답하고 불편한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
 
감독이 곡성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피해자를 위한 영화라고 했죠.
관객이 이런 느낌을 받기 원했다면 감독은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곡성이 오컬트 영화라고 생각하고 버섯은 현실에서 진실을 바라보는 모습일 뿐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버섯이 원인이라면 무명이라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설명할 길이 없어지고, 무명이 나올 이유도 없죠.
외지인과 일광이 버섯을 이용하는 직접적인 장면도 나오지 않습니다.
또한 버섯은 곡성에서만 먹는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팔린 상품이지만 곡성과 같은 일이 다른 곳에서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버섯을 원인으로 지목한 까닭은 자신은 본 적없는 초자연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의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버섯 밖에 없기 때문이죠.
버섯은 세상이 말하는 사실이 진짜 진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일에서 과학적인 해법을 찾으려 할 때 생기는 모순.

무명이라는 존재가 없었으면 뭐가 진실인지 더 혼란스러웠을테지만 무명이라는 존재 덕분에 확실히 오컬트가 이 영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명이 초자연적인 존재라는 것에는 동의한다고 생각합니다.
외지인과 일광은 처음부터 한 패 였고, 어떠한 욕망을 가진 존재로 마을 사람들을 이용해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죠.

무명이 선에 가깝고, 외지인과 일광이 악한 존재라는 건 욕망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외지인과 일광은 미끼를 던지고 마을 사람들을 통해 이득을 얻으려고 하지만, 무명은 다른 욕망이 없이 단지 그들을 막으려고 하죠.

무명이 어떤 토속신인지, 외지인과 일광이 악마주의자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이 곡성에서 일어나고 있고 사람들은 그것에 휘말려 희생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렇게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거대한 일이 벌어질 때 인간은 그것을 받아들일 뿐이지 어떤 일도 할 수 없습니다.
영화 속 종구처럼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고 최선의 해답을 찾기 위하여 끝없이 의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어떤 답을 찾더라도 정답인지 알 수 없는거죠.
그렇기 때문에 사건의 피해자가 된 이후에도 왜 그렇게 되어버린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에 종구가 무명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에 들어감으로 인해서 무명은 무엇을 실패했는지, 외지인과 일광은 무엇을 이루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습니다.
영화 내내 그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죠.
외지인과 일광도 자신들의 목적을 말한 적이 없고, 무명도 자신이 무엇을 막으려고 하는지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단지 무명이 막으려고 했던 게 실패했을 쁀이죠.

혹자는 그것을 통해서 외지인이 악마로 거듭날 힘을 얻었다고 하지만 감독은 마지막 외지인과 부제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없어도 상관없고, 곁가지 일 뿐이라고 했으니 반드시 그것을 위해서는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이 종구가 된다면 종구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감독 자신이 이해 할 수 없는 일을 겪었던 경험을 통해 관객에게 당신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감독조차 정답이 없을 수도 있고, 누구도 정답을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감독은 현혹되지말라고 말하지만 현실은 현혹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답이 없는 세상에서 인간은 그렇게 휘말려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이게 제가 느낀 감상입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에서 쓰는 감상이라 감상도 횡설수설 하네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렇게 불편한 내용을 3시간 동안 보면서도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만큼 잘 만들었다는 것 같습니다.
왠만하면 극장에서 같은 영화를 두 번 이상 잘 안보는 성격인데 곡성은 시간날 때 한 번 더 봐야겠네요.

한 번 더 보고나면 감상이 또 달라질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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