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곳간'은 OECD 1등..국민은 '허덕허덕'
이재경 기자2015/02/23 13:08
우리나라의 기업저축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그것도 지난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가계순저축률은 OECD 최하위권.
지난 2011년에는 22위, 2012년에는 20위에 머물렀다.
기업의 저축비중은 커지고 가계의 저축비중은 날로 축소되고 있다.
그 격차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기업, 번 돈은 쌓아놓기만
지난 2000년 12.8%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기업저축률은 지난 2009년 18.1%로, 2010년엔 21.4%까지 치솟았다.
2011년에는 21.2%로 25개 OECD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21.5%까지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일본(21.1%)은 2위로 밀려났다. 3~5위는 에스토니아(20.7%), 네덜란드(20.1%), 덴마크(19.2%)가 자리했다.
미국(13.4%)은 17위, 영국(11.1%)은 20위, 독일(10.6%)은 21위, 프랑스(8.5%)는 24위였다.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 기업들의 저축률은 두 배에 달한다.
한국 기업들은 투자는 꺼리면서 벌어들인 이익을 사내에 쌓아놓은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은 최근 '주요국 기업저축 현황 및 투자부진 요인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를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3~2008년보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3년에 한국 기업들의 연평균 저축 증가율이 4.3%포인트 높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같은 기간 투자 증가율은 3.7%포인트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저축 증가율은 금융위기 직전까지 7.2%였다가 이후 11.5%로 상승한 반면 투자 증가율은 8.1%에서 4.4%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가계, 저축여력 축소..'허덕허덕'
가계저축률은 지난 2000년 9.3% 수준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이마저도 반토막이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3.5%와 3.8%로 OECD 하위권에 머물렀다.
가계의 저축여력이 기업에 크게 못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업의 국민처분가능소득은 지난 2000년 14조여원에서 2013년 124조여원으로 8.7배가 뛰었다.
같은 기간 가계의 국민처분가능소득은 375조여원에서 758조여원으로 2.0배 오르는데 그쳤다.
기업 수익이 9배 가까이 늘어나는 동안 가계 수입은 2배만 오르고 말았다는 얘기다.
가계 수입의 증가분은 물가 상승 때문에 그 효과마저 희석돼 왔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소비자물가지수는 1.5배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식료품 물가지수는 1.8배가 올랐다.
가계로서는 소득상승분이 고스란히 지출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실제로 가계 최종소비지출 통계를 보면 지난 2000년 333조여원에서 2013년 694조여원으로 2.1배가 늘어났다.
가처분 소득이 증가한 것보다 물가상승 등으로 소비 지출이 늘어난 비율이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더 높은 셈이다.
결국 지난 2000년 이후 가계의 지갑은 들어오는 만큼 나가면서 제자리에 머무른 반면 기업의 주머니는 꾸준히 두터워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