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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햄버거를 좋아하십니다.
게시물ID : bestofbest_57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백함
추천 : 338
조회수 : 12024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5/06/28 16:15:59
원본글 작성시간 : 2005/06/28 12:59:09
우리 할머니는 햄버거를 좋아하십니다. 피자도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할머니댁에 갈때면 다른걸 안사가고 햄버거나 피자를 사갔습니다. 그럴때면 할머니는 절 이뻐라 하셧습니다. 햄버거 때문만이 아니라 당신을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기뻣던것 같았습니다. 할머니는 고스톱 치시는것도 좋아하십니다. 어머니가 장사를 하시는데, 하다가 나온느 10원짜리를 전부 모아서 할머니에게 갖다드립니다. 그럼 할머니는 그걸로 친구분들과 고스톱을 치십니다. 질때가 더 많아서 어머니가 며칠에 한번꼴로 10원짜리를 리필해드려야 하지만, 그래도 재밌으신가봅니다. 아마 달리 할게 없는 탓도 잇겠지요. 할머니는 문자 쓰시는것도 잘 하십니다. 저에게 가끔 문자를 보내십니다. 점심때가 한참지난 3시나 4시. '점심먹엇냐 xx아' 점심때를 잘못 아셔서가 아닙니다. 안보이는 눈과, 뜻대로 안움직이는 손으로 한글자 한글자 썼다 지웠다 하시느라, 몇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문자를 받을때마다 그때 그때 마다, 가슴이 찡 합니다. 지금 할머니는 몸이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중이십니다. 며칠전에 갔을때는, 기력은 조금 떨어져 보여도 절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맞아주는 모습이셨습니다. 어제도 병원에 갔습니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햄버거를 사들고, 병실에 갔더니 간병인 아주머니만 홀로 계셨습니다. '할머니는요?' '재활치료실 가셨는데, 이따가 30분에 모시러 가야돼' '제가 갔다올게요. ㅎㅎ 힘드실텐데 좀 쉬고계세요' 내려가서 할머니 치료가 기다렸습니다. 좀 기다리니 방송이 나왔습니다. 'xxx씨 보호자분' '네' 휠체어를 가져갔고, 재활치료사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이분 누구에요, 알아보시겠어요?' 할머니는 절 슬쩍 보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셨습니다. 재활치료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손자분이라는데 손자분 아니에요?' 할머니는 절 다시 보시고 다시한번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내버려두고, 휠체어를 밀며 병실까지 갔습니다. 할머니를 침대에 눕혀드리고, 전 다시한번 물었습니다. '할머니 저 누군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귀찮은지 고개를 외면하셨습니다. 간병인 아주머니는 놀라셨는지, '아니 할머니 저도 알아보는데 손자분 못알아보시면 어떻게 해요. 누군지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또 모른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시고, 고개를 돌려서 티비를 보시고 계셧습니다. 휴, 티비에서나, 영화에서나 보던상황을 직접 겪으니 정말 눈물뿐이 안났습니다. 할머니 기억속엔 제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설령 평생 절 못알아보신다해도, 그래도..그래도 살아만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항상 마음 강하게 먹고 있으라는데.. 살아만 계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기독교를 믿지않고 불교도 믿지않고 신이란 신은 전부 부정하지만, 어느 신에게든지 요즘은 기도합니다. 근데 내 목소리가 너무 작은지 안들리나봅니다. 여러분도 5초만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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