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일) 아시아 지식인 333명이
한국 대통령 선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을 발표하였다. 여기에는
일본,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25개국의 원로 학자, 저명한 지식인들의 대거 참여하였다.
5개국 발언자가 직접 참여한 기자회견에서 발표된 이 연대 성명은 '독재자 2세의 권력도전에 대한 범아시아적 우려'를 담았다. 성명은, 한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보고, 독재자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에서처럼, 이제 한국에서도 독재자의 2세가 국가권력에 도전하는 것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성명은,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에게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밝히면서, 박정희 독재시기가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되었던 점을 상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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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지식인들이 박근혜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여연대 강진영 |
또,
국제적인 맥락에서,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어,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경제위기와 정치불안을 이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초국경적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성명은,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러한 아시아적 관심이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목소리를 모아 여러 나라에서 독재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같이 막아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성명은 유신독재의 2세가 권력을 승계했을 때 아시아 다른 나라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한국과 일본의 가족파벌 정치가 가져올 국제적 파장을 아시아 지식인들의 함께 지적하고 공동대응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성명에 참여한
세계적인 석학 무사코지 킨히데 교수(일본, 전 유엔
대학 부총장)는 오늘 기자회견에 이러한 서면 메시지를 보냈다.
"이 성명은 동아시아에서 반민주, 반평화 경향이 점점 드세지는데 대한 우리의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이러한 반민주, 반평화의 파고는 '동아시아 공통의 집'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취해왔던 화해라는 목표를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리는 전 도쿄지사 이시하라 신타로가 함께하는 유신당의 창당과 함께 일본에서 우익의 위험스러운 부상을 경함하고 있다. 이들은 일본의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에 대해 인종주의적 정책을 추구한다. 일본의 우익 정치는 가족주의와 결합되어 있다. 아들을 자민당의 유력한 정치인으로 두고 있는 이시하라 뿐만 아니라 자민당 총재 아베 신조 자신이 자민당 아베 가문파벌의 2세이다. 아베 신조는 일본 헌법을 수정해서 일본의 군사력을 부활시키고 동아시아에서 신식민지적 세력확장을 추진하려 한다.
나는 동아시아에서 신자유주의적-전면전(total war) 태세의 국가들이 부상하면서 가족주의 정치와 결합하는 이 경향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무사코지 교수와 아울러 일본에서는 이번 성명에 많은 지식인들이
특별한 관심을 표했는데, 일본에서 극우의 부상과 한국에서 유신 후계세력의 부상을 일종의
공조현상으로 보는 듯 했다.
또 한국에서 아시아 이주민과의 사목활동을 오래해온
아일랜드 출신 패트릭 커닝험 신부는, 기자회견에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하면서 "국민들의 눈과 귀를 막고 권력을 유지했던 유신독재와 군사정권이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손으로 끝이 났지만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 곁에 다가오려"한다고 우려하면서도, "저는 사람들의 힘을 믿습니다. 아무 것도 변할 것 같지 않은 암흑의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결국 옳은 방향으로 변화를 시켰습니다"라고 강조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도네시아의 인권문제 연구자 아딧 샤트리아는, 독재의 책임자들이 새로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볼 때, "오랜 노력을 통해 성취한 민주주의와 정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책임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자각과 책임의식이 필요하며, 민주적인 나라를 건설하는데에는 국민의 인권에 대한 보장과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글라데시의 인권-개발문제
전문가 파르자나 악터는, 방글라데시 역시 군부통치 기간에 경제개발을 강조했으나 서민들의 경제와 생활을 파탄에 이르렀으며, 그 원인은 정치적 자유와 인권,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억눌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유사한 독재권력의 2세가 현 시기에 대통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성명에 참여한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많은 메시지를 직접 보내오기도 하였다. 아시아의 저명한 시민
사회 지도자이자 아시아무슬림네트워크 의장인 모하마드 압두스 사부르는, 독재자 2세의 부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면서 "한국인들이 투표를 통해 잔혹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고 이번 선거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가 보장되는 결과가 나오도록" 촉구했다.
파키스탄 시민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키스탄사회연구소 소장 보니 멘데스 신부는 "(박정희의) 연속 집권은 그로서 충분하다. 그의 가까운 일가친척이나 다른 강력한 권력 가문의 일가친척이 통치하거나 선거에 도전하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된다. 허용하지 않는 것이 아시아 다른 나라들에게도 갈 길을 보여주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태국의 에크라지 사부르 국제평화연구소 소장은 "박정희 통치기의 잔혹한 기록을 기억할 때, 그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역설이자 도전이다. 자유를 위해 목숨을 읽은 순교자들의 꿈과 정치적 전망을 살리는 방향으로 한국의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통치와 민주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그들의 의무이다"라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의 전국적인 시민사회단체연합기구의 대표 파루크 칸은, "한국에서 악명 높은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다는 소식에 놀랐고 우울해졌다. 한국을 방문해서 민주주의 회복기에 죽임을 당한 사람들의 묘지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는 한국인들이 독재자와 그 후손들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으나, 이제 독재자의 후손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니"라고 충격을 표시했다.
이 성명은 앞으로 10일간 전 세계로 확대해 지지서명을 받을 예정이며,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세계 지식인 성명으로 15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다음은 성명 전문
유신 독재를 기억하는 아시아 지식인 연대 성명
아시아 민주주의의 귀감으로 받아들여지는 한국에서 매우 중요한 선거가 12월에 열린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열리는 이번 대통령선거는 한국의 민주주의뿐만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의 미래를 가늠하는 의미심장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한국의 대통령선거에서 집권보수당의 후보로, 군사쿠데타를 통해 집권하여 잔혹한 철권통치를 했던 독재자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두 차례 민주세력의 정부를 경험하고 한 차례 보수정부를 경험한 다음, 한국의 보수권력은 박정희의 딸이자 박정권 당시 사실상의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던 박근혜 후보를 선택했다. 박근혜 후보는 구 독재자의 치적을 앞세우며 독재자의 복권을 추구하면서 상당한 지지를 누리고 있다.
독재자 가문과 명문 가문의 2세들이 쉽게 유력한 정치지도자가 되는 많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이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87년 아래로부터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바라는 강력한 민의가 존재했기 때문에 가문과 재력과 영향력에 힘입어 쉽게 정치권력을 장악하는 2세승계의 관행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심지어 전직 대통령의 자녀들까지 사업이나 정치활동에서 매우 엄격한 법적 여론적 검증을 받고 심지어 처벌까지 받았을 정도이다.
박정희 통치와 유신독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미래에 매우 암울한 전조라고 생각하며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측근들이 미화하는 것과 달리, 박정희 독재시기는 매우 불안한 정치적 위기의 연속이었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체주의적 통제와 희생을 강요하였다.
60-70년대 한국은 비극적인 시대였다. 아시아와 세계의 지식인들은, 전 일본군 장교 박정희가 만든 체제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야당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납치, 감금, 고문, 협박, 세뇌 등 거대한 폭력을 목격했고, 한국 사회가 부패와 밀실정치로 무너져가고 국가 전체가 거대한 병영으로 변하는 과정을 아직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우리의 이 기억은 충격이었고 경종이었고 함께하는 행동과 연대성의 계기였다. 다행히 우리는 그후 한국 시민들이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군부독재 세력을 권좌에서 몰아내고 아래로부터 민주화를 이루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의 각 현장에서 민주화를 위해 함께 노력했다. 이는 필리핀, 타이완, 인도네시아 등의 민주화와 결합하여 아시아에서 거대한 민주주의 영감과 파도를 이루어내었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 가능선에 있다는 것은 다시 보수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아시아에서의 민주화는 그 훌륭한 진보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과두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매우 불완전한 민주화였다. 한국에서 구 독재자의 2세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것은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이룩했던 것을 모두 부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박정희시대와 그 전통을 잇는 과두독점 세력들의 화려한 부활을 의미한다. 아시아에서 아래로부터의 민주화가 국경을 넘는 파급효과를 가졌듯이, 이제 신•구 과두세력의 부활은 국경을 넘는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경제위기와 정치불안과 결합하여 과거로 회귀하는 파급력을 만들어낼 우려도 있다.
우리는 과거 군부독재가 그 억압적인 통치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안보위협을 과장하여 군과 군사주의를 비대화하고, 국내 비판 세력의 비판을 위협을 과장하여 탈법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이를 명분으로 부와 권력과 언론을 독점하여 평민들의 생활을 파탄에 빠지게 한 것을 기억한다. 이런 면에서 독재의 추억을 간직한 과두세력의 부활은 21세기 한국과 아시아에 매우 불길한 전조를 드리우는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시민들 다수가 독재의 추억을 회귀시키는 흐름을 저지할 것이라 믿지만, 독재/과두 가문의 2세정치가 불가능했던 한국에서 새롭게 유신독재의 계승자가 세력화되는 것에 큰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유신독재를 기억하는 우리에게 이는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우리의 이러한 관심은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다른 나라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생길 때 함께 우려를 표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의를 가져오는 민주주의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그리고 국경을 넘어 민의 행복과 권리 증대를 위해 서로서로 힘을 모으는 새로운 아시아를 만들어가는 취지로, 우리 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유신의 추억이 부활하는 것을 다같이 막아내자고 호소하면서 위와 같이 뜻을 모은다. |
출처: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2012120515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