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위안부 할머니 만남 요청 '거절' 논란
대한변협 요청에 "한일외교 고려, 만나기 어렵다" / 이용수 할머니 "외면과 거절, 슬프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거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위원장 최봉태)'는 12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박 대통령에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요청했지만 박 대통령은 '한일 외교관계를 고려해 볼 때 지금은 만날 시기가 아니다. 상황을 봐야 한다. 당장 만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며 "사실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거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한달 동안 대한변협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는 위안부 피해자 정부 담당부처인 '여성가족부'에 할머니들과 박 대통령의 만남을 요청했다. 또, 지난달 21일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쉼터인 '나눔의집'을 방문했을 때도 박선아 나눔의집 고문변호사가 "첫 여성대통령이 취임했으니 청와대에 할머니들을 초청해 달라"고 같은 취지의 내용을 조 장관에게 부탁했다.
당시 조 장관은 현장에서 "최근 일본 정치인들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어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줄 때"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청와대 초청 요청을 정부에 전달하겠다. 우리 세대에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 8일 '2013 여성변호사대회'에 참석한 조 장관은 대한변현 일제피해자 인권특위 소속 양정숙 변호사에게 "대통령께 말을 전했지만 '한일 외교관계를 고려해 할머니들을 만날 타이밍이 아니다. 상황을 봐야 한다. 당장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면서 "만나기 힘들다"는 대통령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4.대구 달서구) 할머니는 "박 대통령은 여성대통령이다. 그렇다면 더욱 당신이 책임지고 앞장서 우리를 만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모른다고 외면하고 거절하니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한일 외교관계보다 자국민의 억울한 일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우리를 만나 얘기를 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최봉태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모르겠다"며 "할머니들을 만나는 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고 여성인권을 신장시키는 일인데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허황되게 정치적 문제로만 대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대만 총통도 우리나라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나 격려하고 미국 하원의원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데 정작 우리나라 여성대통령은 외면하고 있어 좁은 식견을 보이고 있다"면서 "피해자를 만나는데 적절한 시기는 없다. 여성인권에 관심이 있다면 지금 당장 만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선아 나눔의집 고문변호사도 "위안부 할머니들은 정치적 사안이 아닌 인권침해의 문제"라며 "다른 나라 정치인들도 할머니들을 만나는데 정작 우리나라 대통령이 여러 루트를 통해 만남을 요청해도 일본을 이유로 거절하니 황당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은 만남을 거절하고 담당부처는 방관하니 위안부 문제는 도대체 어디에서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