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대는 사람에게 늘 말한다. 좋은 관계에서 절대 일방통행은 없다. 일방통행은 종속이지, 함께가 아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 나에게 마음을 연 만큼, 나도 너에게 내 마음의 자리를 내어준다. 오늘 이 자리는 널 위해 마련되었다. 내일 이 자리는 날 위해 마련될 것이다. 그러니 부담을 갖지 마라. 오늘은 너의 이야기에, 내일은 나의 이야기에 서로 고개 끄덕이며 이어가는 거 아니였나.
참 신기한 것은 상대가 덜어낸 덩어리의 무게가 내가 받아드린 덩어리의 무게보다 훨씬 크다. 그렇기에 서로 동일한 덩어리를 주고 받았지만 전체적인 무게는 상당히 줄어든다.
물론 한없이 기대려만 하고, 함께 하기를 거부하는 이는 가차없이 자른다. 나는 더불어 살길 바라지 예종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요즘 조금이나마 내 짐이 덜어졌다. 커다란 녀석은 본인의 존재감을 과시하지만, 작은 덩어리들은 조금씩 조금씩 스스로의 무게를 줄여간다. 이전에는 너무나 어려웠던 이야기 "죽음을 곁에 둔 삶이 무엇인지 아느냐. 즐겁게 살아가면서도 불쑥 공포가 찾아와 머리가 새하얘진다." 등등. 이제는 조심스레 꺼낼 수 있는 말들이다.
너무나도 불완전하기에 의지하기도 의지처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기댈 때 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미안함으로 채울 공간에 고마움과 기약을 담자'
내 글을 읽는 당신께 감사합니다. 오늘은 당신에게 기대봅니다. 내일은 당신의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