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의원들, 너도나도 朴대통령 사진 '기피'
의정보고서에서 朴대통령 사진 실종. 레임덕 본격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올해 초 지역주민들에게 돌린 의정보고서에서 지지율이 급락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사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전후 박 대통령이 의원들의 의정보고서 1면 표지 사진을 장식했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이미 레임덕이 시작된 양상이다.
3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새누리당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 131명 중 올 초부터 지난 1일까지 발간을 완료한 96명의 의정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 중 절반 이상인 52명(54.1%)의 의정보고서에서 박 대통령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 한 장의 사진도 등장하지 않았다.
친박 핵심인 전남 순천·곡성의 이정현 의원의 의정보고서에도 박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진이 들어간 44명의 의정보고서에서도 박 대통령 모습은 옹색하다. 대부분 박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책자 중간쯤 여러 장의 사진 속에 함께 배치했다. 작정하고 살펴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 만큼 구석에 있거나 사진 크기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대통령과 단둘이 찍은 사진은 드물었고 박 대통령과 여러 인사의 단체사진 형식이 많았다.
충남 아산이 지역구인 이명수 의원의 경우는 지난해 12월 청와대 오찬에 참석해 “국정 전반에 걸쳐 쇄신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했다는 내용을 박 대통령 사진과 함께 싣기도 했다.
올해 의정보고서 표지에 박 대통령을 등장시킨 여당 의원은 주호영 김종태 이장우 의원과 여성가족부 장관인 김희정 의원 4명밖에 없다.
수도권은 사정이 더 심했다. 새누리당 수도권 지역구 의원 43명 중 34명이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는데 27명은 박 대통령 사진을 싣지 않았다. 수도권 의원 중에 박 대통령 사진을 담은 의원은 김성태 강석훈 길정우(이상 서울), 김학용 이현재 이우현(이상 경기), 이학재(인천) 의원 7명에 불과했다. 강원 지역 의원도 5명 중 1명만 대통령 사진을 의정보고서에 담았다.
단 한곳,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TK)은 아직도 ‘박근혜 의존도’가 높았다. 지역 의원 23명 중 19명(82.6%)이 박 대통령과 함께했던 성과를 지역주민에게 알렸다.
반면 김무성 대표의 사진은 절반 이상(51명·53.1%)의 의정보고서에 등장했다. 지난해 7월 당 대표에 오른 후 9개월 만에 이룬 ‘약진’이다. 김 대표가 수개월째 여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특히 김 대표의 홈그라운드인 부산·경남(PK)의 경우 의정보고서를 발간한 지역 의원 24명 중 15명의 보고서에 김 대표 모습이 실렸다.
<국민일보>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불통 논란 등으로 촉발된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이 같은 현상의 근본 원인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박 대통령과의 관계를 강조해봤자 더 이상 표가 안 된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며 "‘박근혜 지우기’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당청 간의 ‘딴 살림’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이미 레임덕이 시작됐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