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개요: 릴베가 NLL관련 한국경제 온라인여론조사를 조작.
출처:http://m.mediatoday.co.kr/articleView.html?idxno=110474
한경닷컴, ‘노무현 발언은 NLL 포기’ 설문조사 논란
중복투표 가능한 신뢰도 낮은 설문조사… 취재 들어간 후 “대표성에 문제있다” 삭제
2013.06.28 (금) [0호] | 조윤호 기자
한국경제의 온라인 뉴스 한경닷컴이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몇몇 인터넷 언론들이 이를 받아 기사를 썼지만 설문조사의 신빙성에 의심을 제기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경닷컴은 지난 6월 25일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NLL 발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내용의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에 대한 답은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NLL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현실을 반영한 정상적인 것이다’, ‘대화록 공개로 향후 정국은 대통령과 여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대화록 공개로 향후 정국은 민주당 등 야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것이다’ 등 4가지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투표가 종료된 현재 총 2,261,996명이 참여했고 그 중 79.8%인 1,806,046명이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은 NLL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설문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몇몇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 설문조사의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몇몇 누리꾼들은 설문 참여자 수가 226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근거로 설문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NLL 이슈가 화제가 되었다고 해도 단 3일 동안 진행된 설문조사에 2백만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중복투표로 인해 이렇게 많은 설문 참여자가 모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경닷컴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다른 설문조사들도 중복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표를 한 후 다시 투표를 누르면 ‘이미 참여하셨습니다’라는 창이 뜨는데, 이를 무시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이 투표 결과가 총 참여자에 반영된다.
보수우익 사이트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에는 중복투표를 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일베 유저 ‘뽕한사발’은 27일에 올린 <NLL 존X 급속도로 따라 잡히고 있다>라는 글에서 “1번(노무현 NLL 발언은 NLL 포기다)은 3~4개씩 올라가는데 2번(NLL 발언은 현실을 반영한 정상적인 것이다)은 20~30개씩 올라간다. 이러다가 오늘 아침이면 다시 역전 당한다”라고 말했다.
이 글 밑에는 ‘중복 투표 된다’ ‘그냥 무시하고 계속 새로 고침하면 투표결과에 반영됨’ ‘이거 방문한 기록 제거한 뒤에 다시 투표할 수 있어’ ‘쿠키 사용 안함 체크하고 F5연타해라. 금방이다’ 등 중복 투표 방법들을 알려주는 댓글이 여러 개 올라왔다. 이들은 ‘좌좀’들이 2번에 중복 투표해 여론을 조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여론조작과 선동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여러 번 투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경닷컴 뉴스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로그인이 필요 없다 보니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며 “(이 점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어 앞으로는 로그인을 해야 설문조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다시 전화를 걸어 “잘못 알고 있었다. 쿠키 삭제를 해야만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쿠키 삭제를 하지 않아도 (내가) 해보니까 중복투표가 되더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는 “그 점은 잘 모르겠다. 쿠키 삭제를 해야만 투표가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누리꾼들이 인터넷 설문조사에 집단적으로 몰려가 자신들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언론이 이렇게 신빙성이 떨어지는 자료를 근거로 기사를 쓰고, ‘노무현이 NLL 포기했다는 것이 누리꾼 여론’이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경닷컴은 설문조사 실시 둘째 날인 26일 <네티즌 59.3% "노 전 대통령 발언, NLL 포기한 것"…한경닷컴 조사>라는 기사를 통해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NLL을 포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 뉴스파인더는 한경닷컴의 설문조사를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다. 뉴스파인더는 <“盧발언은 NLL 포기” 79.4%>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총 175만 4,081명(27일 현재) 중 79.4%인 139만 2,870명이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 NLL발언은 NLL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답했으며 “반면 ‘공개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발언은 현실을 반영한 정상적인 것’이라는 응답은 33만 8,190명으로 19.3%에 그쳤다”고 말했다.
뉴스파인더는 “노무현은 단지 바보고 순진했고가 아니라 매국노였다는 것에 100% 동의 한다”, “이완용은 이미 망하고 껍데기만 남았을 때 넘긴건데 이완용에 비하면 노무현은 100배 더 매국노” 등의 누리꾼 의견을 소개하며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노 전 대통령의 NLL 발언을 NLL 포기로 보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기사는 인터넷타임즈, 독립신문, 업코리아 등의 다른 매체에도 게재 되었다.
뉴스파인더 김승근 편집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우리는 독자의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다 보니 한계가 있다. 설문조사의 신뢰도에 대한 부분은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다”며 “우리도 팔로업을 해야겠다. 점검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언론이 여론조사도 아닌 단순한 인터넷 설문조사를 기사에 반영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이런 인기투표 스타일의 조사에는 중복투표가 가능하다는 점, 무작위 축출이 아니라는 점 등 때문에 대표성에 문제가 있으며 일반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조사를 기사에 쓰려면 그냥 참고만 할 수 있는 자료라고 연구나 조사의 한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특히 NLL 문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이런 방식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화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경닷컴의 설문조사 결과는 삭제된 상태다. 한경닷컴 관계자는 “설문조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항의가 들어와 삭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