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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마음을 살짝 열어봅니다.
게시물ID : today_579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8
조회수 : 14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09 02:06:54
저는 이 게시판을 의도적으로 피했어요.
이 게시판은 무서웠거든요.
제가 억누른 감정,
제가 숨겨둔 심정,
제가 짊어진 무게.

평상시엔 단단히 걸어잠궈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던 녀석들이 이곳만 오면 완전 무장해제되더이다.
저도 모르게 연약해지고, 하나씩 풀어놓고 있었어요.
게시판에 찾아와 장문의 글을 적다, 선을 넘었단 느낌이 들어 급히 지우곤 해요.
지금 쓰는 말도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 조심스레 한글자씩 눌러 담고 있어요.
지금 휘물아치는 감정을 잠재우려면, 다른 녀석을 끌어올 필요가 있어서요... 
일명 맞불 효과라고 하지요..?
그렇게 선택된 보따리를 지금 쓰는 거네요.. ㅎㅎ
무례함을 알지만, 이번 한번만 봐주세요... 지금 차오르고, 끝내는 넘치려는 감정이 너무 혼란스러워서요.. 양해를 구해요.

본론으로 돌아와서요.

억누른 감정은 제멋대로 풀려나고,
숨겨둔 심정은 제 존재감을 과시하고,
많은 것들을 짊어진 어깨는 잠시 내려놓으라고 아우성이에요.
이곳만 오면요..
참 신기하지요..? 이상하기까지 해요...

그동안 잘 참았는데, 또 이러네요...
안식처일까요...
위안을 얻으면서도 두려움을 느껴요.
온라인이기에 안심되면서도, 온라인이기에 무서워요.

저 참 멍청하지요.

괴로움도, 그 원인도, 괴로움을 덜어낼 실마리도 모두 아는데, 한걸음 나아갈 용기가 없어요.
용기를 달라는 말도 못해요.
위안을 얻으면서도, 실천으로 나아가진 못해요.
잠시의 편안함을 바라는 것 같아요.

...

갑자기 무언가 북받쳐오네요.
무엇일까요.
어디서 온 걸까요.
다가갈 수 있을까요.
한번이라도 들여다 볼 수 있을까요.
이녀석을 잠재우는 게 아닌, 이녀석에 온몸과 마음을 맡겨볼 수 있을까요.

딱 한발자국만 나아감에도 괴로움, 울적함, 두려움, 공포, 슬픔, 한숨, 떨림, 눈물... 온갖 것들이 저를 헤집습니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어요..

무겁습니다. 물리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무겁습니다.
버겁진 않아요. 버틸 수 있어요. 언제나 제 한계를 훌쩍 넘을 정도로 찾아오진 않거든요.
제 마음이 부를 때만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나름 배려심 깊은 녀석이기도 하구요.
제 나름대로 맺집도 키우고, 한계도 넓혔거든요. ㅎㅎ

이야기하니 조금 나아요.
그렇지만, 나아짐만큼 불안해요.

여기까지만 해야겠어요.
너무 많은 걸 풀었고, 더이상 나아가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 같아서요.
기다란 한숨 내뱉고, 살짝 서린 물기를 닦으며 마무리할게요.

당신의 소중한 시간,
당신의 소중한 감정을 저를 위해 써준 것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디 내일 지을 제 웃음보다 더 많이 웃길 바라요.
울적한 글에 쓰기는 민망하지만,
저 웃음 되게 많거든요. ㅎㅎㅎㅎ

그리고 저는 내일 더 많이 웃어야겠습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바람을 내뱉은 대가로 말이지요. 하핫.

맺음말이 길었군요.
편안한 하루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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