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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게시물ID : humorbest_579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pY
추천 : 100
조회수 : 5508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12/07 18:47: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2/12/07 17:37:23





나 진짜 대학 하나는 버젓이 가고싶었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오빠만 보는 집에서
오빠 뒷바라지로 여겨지는 내가 그래도 인정받는건 성적이었고

마의 사각형이라는 내신, 수능, 입학사정관, 논술
네개 다 죽어라 했다
남들 정시공부만도 벅차다고 할때
대회 나가고 봉사활동 나가고 공부하고 논술수업듣고
수시기간엔 두달동안 제대로 잔 적도 없어 하루 한시간씩

나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오십장 포트폴리오 한달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놓은거
아빠가 클릭 한번으로 싹 날리고
미친년이 짜고 난리라며 사과는커녕 나 때리고 욕한 다음에 클럽에 있는 오빠한테 안부전화나 할 때도
우는거 빼곤 할수있는일이 없더라
펑펑 울면서 밤새서 다시 만들었는데

진짜 고생 많이 했다
혼자 너무 많이 울었다 정말
혹시 생활기록부에 잘못 적히기라도 할까봐 학교에선 밝은척 

자기소개서에는
죽을때까지 말 안하려고 했던
왕따 친구 도와주려다가 일진 애들한테 찍혀서
일년동안 죽은 듯이 살았던 얘기까지 적었다
학교 선생님도 지금 내 친구들도 부모도 모르는 어두운 얘기들
뚝뚝 울면서 적었다 불쌍해서라도 동정표라도 줄까봐

온 학교 다 통틀어도 나만큼 열심히 한 애 없어
나만큼 일년 죽어라 뛴 애 없다 진짜
근데 결국 합격자는 과고, 외고, 유학파애들, 다문화애들
할 말이 없더라

나 비웃었던 사람들, 놀면서 나 이해못한다던 반 꼴통들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추천서 짜증스러워하는 선생님한테 허리 숙여가며 받은 추천서
내 모든 힘들었던 기억들 죄다 파헤쳐서 적은 자소서
석달동안 스무번도 넘게 수정한 포트폴리오
죽어라 공부해서 내놓은 내신
없던 굳은살도 생길 정도로 하루종일 글만 적었던 논술

하루아침에 다 날아가네


나 진짜 너무 많이 힘들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진짜 너무 고생 많이 했는데 너무 많이 울었는데
내가 무슨 마음으로 수시를 썼는데

수능때는 부담감이 극에 달해서 외국어시간에 토했다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 나
나 죽어라 할때 놀던 애들 비웃던 애들 다 합격명단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기뻐하고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고생 안 할걸 그랬다
하다못해 그런 얘기들 자소서에 쓰지말걸
진짜 수치스러워서 미칠거같은 나쁜 기억들 다 자소서에 적고, 여러사람한테 수정받는데
내가 대학 하나를 위해서 내 밑바닥까지 파는구나. 싶더라.

눈물도 안난다
나한테는 이게 지나고나면 별일 아닌 일이 아닌거같다

죽어버리고 싶다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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