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대학 하나는 버젓이 가고싶었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오빠만 보는 집에서 오빠 뒷바라지로 여겨지는 내가 그래도 인정받는건 성적이었고
마의 사각형이라는 내신, 수능, 입학사정관, 논술 네개 다 죽어라 했다 남들 정시공부만도 벅차다고 할때 대회 나가고 봉사활동 나가고 공부하고 논술수업듣고 수시기간엔 두달동안 제대로 잔 적도 없어 하루 한시간씩
나 진짜 고생 많이 했다 오십장 포트폴리오 한달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놓은거 아빠가 클릭 한번으로 싹 날리고 미친년이 짜고 난리라며 사과는커녕 나 때리고 욕한 다음에 클럽에 있는 오빠한테 안부전화나 할 때도 우는거 빼곤 할수있는일이 없더라 펑펑 울면서 밤새서 다시 만들었는데
진짜 고생 많이 했다 혼자 너무 많이 울었다 정말 혹시 생활기록부에 잘못 적히기라도 할까봐 학교에선 밝은척
자기소개서에는 죽을때까지 말 안하려고 했던 왕따 친구 도와주려다가 일진 애들한테 찍혀서 일년동안 죽은 듯이 살았던 얘기까지 적었다 학교 선생님도 지금 내 친구들도 부모도 모르는 어두운 얘기들 뚝뚝 울면서 적었다 불쌍해서라도 동정표라도 줄까봐
온 학교 다 통틀어도 나만큼 열심히 한 애 없어 나만큼 일년 죽어라 뛴 애 없다 진짜 근데 결국 합격자는 과고, 외고, 유학파애들, 다문화애들 할 말이 없더라
나 비웃었던 사람들, 놀면서 나 이해못한다던 반 꼴통들 보란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추천서 짜증스러워하는 선생님한테 허리 숙여가며 받은 추천서 내 모든 힘들었던 기억들 죄다 파헤쳐서 적은 자소서 석달동안 스무번도 넘게 수정한 포트폴리오 죽어라 공부해서 내놓은 내신 없던 굳은살도 생길 정도로 하루종일 글만 적었던 논술
하루아침에 다 날아가네
나 진짜 너무 많이 힘들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진짜 너무 고생 많이 했는데 너무 많이 울었는데 내가 무슨 마음으로 수시를 썼는데
수능때는 부담감이 극에 달해서 외국어시간에 토했다 어떻게 쳤는지 기억도 안 나 나 죽어라 할때 놀던 애들 비웃던 애들 다 합격명단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기뻐하고 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고생 안 할걸 그랬다 하다못해 그런 얘기들 자소서에 쓰지말걸 진짜 수치스러워서 미칠거같은 나쁜 기억들 다 자소서에 적고, 여러사람한테 수정받는데 내가 대학 하나를 위해서 내 밑바닥까지 파는구나.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