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들은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에 대해 대체적으로 ‘이라크의 절박한 상황’과 미국의 해외주둔군 재배치 정책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 이러한 일시적 차출이 주한미군의 항구적인 감축으로 갈지 모른다는 예상도 함께 내놓고 있다. 반면 이러한 병력 재배치가 과연 미국의 이익과 안전에 부합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와 가까운 제임스 릴리 전 주한대사는 18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군의 전력은 핵무기를 제외하면 60년대 수준이기 때문에 더 작은 규모의 주한미군이 가진 화력으로도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비무장지대에서 놀리면서 훈련만 시키는 것보다는 군대가 필요한 지역에 보내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주한미군의 차출은 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원 군사위 소속의원인 잭 리드(민주)는 “주한미군의 이라크 이동은 미 육군이 병력부족 때문에 위험할 정도로 산개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미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표시했다.
지난해까지 국무부 대북교섭담당 특사를 지냈던 잭 프리처드는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정부는 미 국방부가 한반도에서 지상군을 빼감으로써 생기는 전력 손실을 어떻게 메우려고 하는지에 대해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만약 그런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은 진흙탕 속의 돼지처럼 행복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방부에서 근무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데릭 미첼 선임연구원은 LA타임스에 “주한미군 병력 재배치는 한국내 병력의 더 큰 감축의 시작일 수 있다”는 진단을 밝혔다. 그는 “미 국방부 내에서 주한미군의 차출이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아니냐 거나, 왜 우리가 한국에 더 있을 필요가 있느냐고 묻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렉싱톤연구소의 국방전문가인 로렌 톰슨은 볼티모어 선에서 미 행정부의 이번 결정은 두가지 목적에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1년 이상 전부터 유럽과 한국에서의 미군 감축에 대해 논의해 왔다”면서 “이라크에선 긴급한 병력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 반면 주한미군의 현 수준은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