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중독으로 갓난아기에게 분유도 먹이지 않아 결국 굶겨 죽이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아이를 낳지나 말지.”
3일 오전 수원경찰서 서부경찰서 형사계 강력4팀 담당형사들은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비정의 부부에게 혀를 차며 비난을 퍼부었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돼 생후 3개월 된 딸을 상습적으로 방치, 굶어 죽게 한 김모(41)씨와 부인 김모(25)씨를 도주 5개월 만에 수원서부서 형사들이 붙잡아 유기치사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9월24일 저녁 김모씨 부부는 갓 태어난 딸을 혼자 안방에 놔둔 채 여느 때처럼 인근의 PC방으로 향했다. 이들은 인터넷 온라인 게임에 빠져 PC방에 한번 가면 아이를 지하단칸방에 내버려 둔 채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씩 게임을 상습적으로 즐겼다. 아기는 우유를 먹지 못한 탓에 밤새 배를 곯아 가며 심하게 울어 댔지만 누구 하나 돌봐주지 않았다. 갓난아기는 보통 하루에 7번에서 8번 우유를 먹어야 하는데 김씨 부부의 비정함 때문에 이 아기는 바싹 마르며 서서히 죽어갔다.
이날도 김씨 부부는 밤새 PC방에서 게임을 하고 아침에 들어왔고 밤 사이 딸은 굶어 죽어 있었다. 겁이 난 김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은 아기가 ‘미라’처럼 말라 있어 석연치 않다고 판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부검 결과는 영양실조와 아사(굶어죽은 것)로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김씨 부부는 부검이 진행되던 중 도주했고 이들을 쫓은 경찰은 5개월여 만에 양주시 처가에 있던 김씨와 부인을 검거했다. 경찰은 지난 2008년 인터넷 채팅을 통해 만난 이들이 매일 12시간씩 인터넷 게임을 즐기는 등 게임 중독에 빠져 어린 딸에게 하루 한 번만 분유를 주고 방치해 왔다고 말했다.
수원서부서는 2일 김씨 부부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뒤 수원시내 모 병원 영안실에 안치돼 있는 아이의 뒤늦은 장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인척에게 연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