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이 없었으므로 음슴체

2012년 12월 7일 오후

어머니께서는 집안에서 빈둥대는 날 군인처럼 제설작업시키셨음.

열심히 눈 치움

오후 3시 30분

잉여로움으로 최대한 활용하여 눈사람 만들기로 다짐

하늘을 바라보는 눈사람 완성 (12월 7일 오후 5시)

조금 외로워보여서 애인을 만들어주기로 함.

일단 여자가 좋겠지...

.......

오후 6시 43분

그렇게 커플을 완성! (아직 안 끝났음! 반대먹이지 말라우 동무!)

이쯤해서 있었던 일

윗집애(9살)가

원래 자신이 3단 눈사람을 만들었다는 둥 (그 엄마의 반응을 보니 3단 눈사람이라는건 뻥임)

그걸 내가 가져갔다는 둥

등 뒤에서 중얼거리는 등 심통을 부려서

(아마 그 일로 애는 엄마한테 죽어라 혼났을 듯

 참고로 내가 안 가져감. 다만 범인으로 추정되는 애는 본 듯)

그냥 그러려니 하고 하나 만들어서 윗집 앞에 세워줌

(저 계단이 윗집으로 향하는 계단)

그 심통내는 아들녀석은 안 귀엽지만 그 여동생(8살)은 귀여웠음...ㅎㅎ

어차피 난 눈사람같은건 순식간에 만... 들진 못하지만

요령정도는 생겨서 상관 음슴

얼굴은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둠

저녁먹고 난 후라 완성시간은 오후 8시 12분

손에 동상 걸릴까봐 집에 들어가서 2시간 반쯤 쉬었음

여기서 그만둘까 했지만...

남녀가 함께 밤을 지내고나면 아이가 생겨야하는 법... (아... 아닌가?)

여하튼 불임전문병원의 한의사 혹은 의사처럼

두 남녀눈사람과 함께 열심히 작업한 끝에

12시가 지나자 (12월 8일 00시 18분)

응애응애

애 둘이 태어났음.

아빠눈사람은 커플일 때에만 해도 하늘만 보면서 이상을 추구했지만

애가 태어나니 현실적인 관점이 되도록

아까보다 고개를 살짝 숙여줌

사실

이건 우리 가족을 모델로 한 것임ㅎㅎ

요게 나에 해당하는 눈사람.

(매치시키기 어렵지만 여하튼 위의 눈사람에 해당하는 사람임)

동네 아주머니께서 자기애 데리고 와서 기념사진 찍어가신건 자랑...?

오후에 외출하고 돌아와보니 눈사람들 다 망가져있었던건 안 자랑

아마도 윗집애의 소행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별 상관없음

여하튼 20대 후반에 이러고 노는 것도 재미있음ㅋㅋ

눈사람 만들기 Tip (안 만들 분은 안 읽어도 됨)

Tip 1.

눈은 막 오기 시작하는 때가 가장 잘 뭉쳐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서

자기들끼리 적당히 뭉쳐있는 덩어리들이

같은 시간동안 눈 위를 굴려도 더 부피가 잘 불어나게 해줌.

내가 만들기 딱 좋은 조건인 때에 작업을 했음.

실제로 3단 눈사람 하나 만드는데에는 눈 뭉치기만으로는 40분정도 걸린 듯

얼굴조각이... 좀 오래 걸림...

Tip 2.

손바닥 빨간 목장갑 두켤레와 함께 했는데

좀 비싼건 눈 진짜 잘 뭉칠 수 있는데

빨간부분의 두께가 얇은 싸구려는 눈이 손바닥 안에서 다 바스라짐

시간이 있었으면 심슨가족 얼굴들도 만들어서 조각하거나

천하대장군이나 지하여장군 세워서 벽사진경하고 싶었지만

어머니 손잡고 외출해서 fail

여하튼 오유인들 모두 저렇게 외롭다가 커플되어서 가족을 꾸리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