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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죽은 거 본 적 있어요?
게시물ID : military_58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뎃집
추천 : 11
조회수 : 2402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5/08/22 20:59:44
나 본 적 있어요.

때는 중학교 2학년~3학년 시절.

이사가서 가까운 중학교로 전학가면 될 것은 괜히 오기 부린다고

30분 버스타고 가야하는 원래 중학교로 등하교 하던 시절,

버스 정류장이 구청 바로 앞이고 공단으로 통하는 산업 도로 역할도 해서

큰 트럭, 버스, 승용차 할 것 없이 온갖 종류의 자동차들이 지나가던 도로,

아침 7시 반.

언제나처럼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죽은거야?" "어떡해..."

듣자마자 이해했어요. 사람이 죽었구나.

정말로, 우리쪽 차선에 한 남자가 쓰러져 피가 고여 있었어요.

엎어진 시체, 등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말려 올라간 티셔츠, 저 발치에 떨어진 슬리퍼,

한쪽은 맨발에 머리카락은 피가 눌려 딱딱하게 굳은 모양새였어요.

굉장히...비참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그 임종은 편안하고 안락하게 치뤄져야 할 것인데,

그 사람은 굉장히 비참하게 죽어버렸어요.

그래서 정신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았어요.

그 모습이 너무나 안쓰럽고 서러워 보여서,

나는 솔직히 죽어도 그렇게 죽을 지는 몰랐어요.

사고낸 운전자의 허무하고 망연자실한 표정, 슬리퍼 한짝이 날아가서 맨발로 누운 시신.

흔히들 교통사고로 당한 죽음을 떠올리면 다들 드라마 같이 막 처절하고 역동적으로 죽는 장면을 떠올리잖아요?

남주가 여주 구하다가 교통사고 당해서 혼수상태에 빠진다던가 하는 드라마틱한 장면요.

그거 다 구라에요.

진짜 교통사고로 죽으면 고속으로 달려오던 자동차의 충격에 사지가 뒤틀리고 옷이 이리저리 찢어지고

신발은 굴러가다 벗겨지거나 발 채로 꺾여서 부러지고...

그게 진짜 죽는 거더라구요.

그게 내가 본 최초의 죽음이자 가장 비참한 죽음이었어요.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서,

인터넷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습에 대한 사진을 몇장 보게 되었어요.



그때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의 모습이 전쟁터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민간인 거주지역으로 날아온 포탄에 의해 죽은 남성의 시체.

한쪽 슬리퍼가 날아가 맨땅에 흙 범벅이 된, 트레이닝복을 입은 팔레스타인 사람의 시신.

피랑 진흙이랑 섞여서 피부에 달라붙은 시체,

얼굴이 비춰질 정도로 웅덩이가 고인 핏물.



난 사람이 죽은 걸 보았고 그게 얼마나 비참하고 억울한지 이미 압니다.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고 사람 목숨을 소중히 여길 줄 압니다.

전쟁을 쉽게 입에 담는 인간들은,

뜨거운 물에 손가락이 조금이라도 닿이면 아파서 비명을 지르고

길 가다 넘어져서 피부가 까져서 피가 조금이라도 흐르면 겁부터 먹으면서

도대체 무슨 자신감과 무슨 허세로 전쟁을 쉽게 입에 올리는 것인가요?

전쟁이 일어나면 그 끝에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죽은 사람의 시체와 죽은 사람을 붙잡고 울고 있는 부모님의 모습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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