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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도 도지사 홍모씨의 일생
게시물ID : sisa_5810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쌍문동또치네
추천 : 10
조회수 : 1218회
댓글수 : 37개
등록시간 : 2015/03/11 22:47:24

K도 도지사 홍모씨의 일생




이 사회의 엘리트로 한 생을 살아 온

홍모 도지사는 검사 출신이다.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늦깎이로 만 스물아홉에

패스한 그는

대학동기들보다 살며시 늦게 합격한 것에 대하여

조금의 열등감이 있기는 하였지만

부끄러워 한 적은 없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나

누구의 도움 없이 틈틈이 과외해서 마련한 돈으로

학교를 마치고 고시를 준비했다.

그는 부끄러움 보다 자부심이 크다.


시련은 그를 더 강하게 했다.

비록 S대를 다니지 못하고

일반인들 사이에서 한 급 낮다고 여겨지는

K대를 졸업한 것 역시

조금은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이지만

그것 역시 더 큰 자부심으로 극복한 그다.


‘나는 K대를 나왔지만 S대를 나온

녀석들도 해내지 못한 사시합격을 해냈다.‘


그 자부심이 원동력이 되어

더욱 열심히 정진한 그에게

인생은 검사라는 타이틀로 보상했다.


가난한 집안, 열등한 학벌,

자신보다 배경이 좋고 나이도 어린 검사들 사이에서

자괴감을 느끼며 포기할 뻔 한 적이 여러번 이지만


그는 시련이 자신을 키워 온

거름이란 믿음으로

그리고 이 시련을 이겨내고

그 옛날 선정을 베푼 어사 박문수처럼

탐관오리들을 처벌하고

부정과 구태를 일소하겠다는

백성들을 위한 삶을 살겠다는 신념으로

불철주야 국가의 일에 매달렸다.


본인이 느끼기로

스스로가 권위의식이 없고 소탈하다고 본다.

그저 백성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훌륭한 목민관이자 율사인 그 옛날의 홍검사.


때로 지나친 원칙주의로

범죄자들에게 인정 없는 구형으로

악명 아닌 악명이 높아질 때도 있었지만

나라의 녹을 먹는 벼슬아치가

청렴함을 무기로 가지고 있다면

다소 엄한 법집행은 이해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고난과 시련도

오로지 자부심과 용기 깡다구로 이겨낸

지나간 20세기의 살아 있는 화석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특권층이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은 든든한 집안배경이나 인맥도 없고

최고 학벌을 가진 것도 아닌

2류의 출신 배경을 가진 자로서

자신의 그 숨어 있는 어둠

열등의식을 씻어내는 것은

능력과 성과라는 믿음으로

이 한 세상을 달려 온 것이다.


그 믿음이 그를 밀고 당겨

국회의원도 하고 당대표도 하고

도지사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2류

1류가 되지 못한 2류

메인스트림에 끼지 못한 비주류라 여기며

그래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언젠가는 중앙무대의 주인공이 될

다크호스이자 언더독인 자신이

비주류와 소외된 자들의 성공의 표상이 될 것이라 믿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도지사님, 아이들에게 밥은 먹여야 하지 않나요?”

“밥을 먹이지 말자고 한 적 없습니다. 밥을 먹이되 정당한 밥을 먹이자는 겁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요?”

“그것은 상처가 아닙니다. 급식지원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그 정도 상처에 쓰러지는 나약한 아이들로 길러 내서는 안 됩니다.”



“급식지원 여부로 아이들 사이에 구분과 차별이 생길 텐데요.”

“그런 구분과 차별은 마음속의 문제에요. 아이들의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차별을 없애야지 그것이 무서워 돈으로 해결하면 근본 해결책이 안 됩니다. 대신 저는 아이들의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게 복지비에 돈을 쓸 겁니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패배주의가 우리 아이들을 망치고 있습니다.”



“끝으로 아이들에게 해주실 말씀은?”

“아이들아, 자존감이 있으면 자존심에 상처가 생겨도 이겨낼 수 있단다. 자존감을 기르자. 어떤 시련도 이겨내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사회의 동량이 되자.”




뉴스를 본 K도 소재 D고등학교 3학년 4반 이용빈(가명)군은 홍 도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 도지사 아저씨, 저는 무상급식이 폐지되던 폐지되지 않던 공짜로 밥을 먹을 수 있는 학생입니다. 공짜로 밥 먹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예전에도 부모님과도 늘 얘기 나누는 걸요. 그렇지만, 그렇다 해도... 저는 오늘도 가명으로 제 이야기를 드릴 수 밖에 없어요.


도지사 아저씨, 저희들은 같은 식당에서 같은 식판에 같은 밥을 떠서 먹어요.


그런데 있잖아요.


같은 밥을 먹는데도 같은 밥을 먹고 있는게 아닌 거 같아요. 무상급식이 폐지되고 제가 급식지원을 따로 받게 되면 그 순간부터 식당에서 제가 입속으로 떠 넣을 그 밥은


얻어먹는 밥이 되고 마니까요.


그 기분 아시나요? 같은 밥상에서 같은 밥을 떠 먹어도 제가 떳떳하게 한 술 떠 넣는 것이 아니라 얻어먹는 기분으로 그 밥을 먹는 심정이요.


저는 왜 이런 마음을 느껴야 할까요? 저희 부모님이 제 급식비를 못 대주니 부모님 잘못일까요? 아니면 이런 못난 생각을 하는 제 잘못일까요?


아저씨처럼 용기있게 이겨내지 못하고 못난 자존심이나 부리는 저는 등교해서 집에 돌아가는 그 시간까지 내내 그 밥먹는 시간의 우울함을 안고 생활해야 해요.


세상은 노력하지 않고 댓가를 바라지 말라고 한다죠. 근데 저는 노력하고 있는 걸요. 제 부모님들도 노력하고 계신 걸요. 그런데도 밥을 얻어먹어야 하는 우리 가족은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존재들일까요? 밥이나 축내는 존재들일까요?


도지사 아저씨, 저의 슬픔에 대답해 줄 어른들은 없는 걸까요?


아저씨, 밥을 얻어먹는 저에겐 진정한 친구가 없어요.

왜냐하면 친구끼리는 서로 우월함을 느끼고 열등감을 느껴서는 안 되는 거니까요. 저의 정말 착하고 소중한 친구들에게 제 마음속에서 열등감을 느끼고 멀리하고 싶어지는 그 순간부터 저는 친구가 없는 아이가 된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영화평론가이자 시인으로 알려진 H씨는 다음과 같은 시를 기고했다.



그 냄비를 걷어차라 >



아이들아, 

그 자선냄비를 걷어차라.


거기에 끓여낸 밥은

온정도 공동체 의식도 아니다.


그 밥은 우월감과 조롱의 밥이며

너희들의 눈물이다.


그러니 그 더러운 자선의 밥통을 뒤엎어라.


그래도 너희들을 굶기지 않을게.

아니 너희들은 당당하게 우리의 밥상에 숟가락을 놓을

자격이 있다.

권리가 있다.


너희가 개천에서 태어난 용이 되기 위해

그 밥을 먹어야 한다면

차라리 한강에서 태어난 지렁이가 될지언정

나도 그 밥을 먹지 않으련다.

차라리 모두가 점심을 굶는 한이 있을 지언정


그 밥을 먹지 않으련다.


함께 살자. 함께 먹자.


아이들아,

그러기 위해서, 그런 세상을 위해서


그 자선냄비를 걷어 차버려라.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장소 혹은 사건과 어떠한 유사점이 있다면 그것은 창작 속에서 빚어진 순전한 우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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