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해외롱디 반 년 넘게하고 1년째 편도 4시간 거리 롱디하고 있는 커플이에요. 둘 다 게임을 좋아해서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롱디가 롱디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같아요. 저희는 못 볼 때는 스카이프를 켜고 같이 게임을 해요. 한 때 제가 롤에 빠져서 롤을 주로 했고, 요즘은 오버워치를 같이 하죠. 스팀 게임도 많이 해 봤네요. 배틀블럭씨어터, 포탈2, 굶지마투게더 등등등... 같이 게임을 하면 상대방의 부재를 거의 못 느끼겠더라구요. 보통은 조금 얘기하다보면 할 말이 없어져서 전화를 끊잖아요? 그런데 게임을 하다보면 두세시간씩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죠. 그래서 힘들지 않게 잘 롱디를 이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둘째로 좋은 점은 같이 취미를 즐길 수 있다는 거에요. 이번 주말에 제가 남친 집으로 놀러왔는데, 오유에 섬란카구라에 대한 글이 있더라구요. 제가 남친 설득해서 같이 해봤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재밌게 몇 시간동안 잘 했네요. 방금도 로컬코옵 (한 컴퓨터로 여러명이 같이 할 수 있는) 게임 검색해서 같이 하구요! 이번 주말이 여기선 황금연휴인 긴 주말이라 할 일 없을까봐 걱정했는데, 남는 시간에 같이 게임하니 시간이 재밌게 금방금방 가서 너무 좋네요.
세번째는 코드가 잘 맞는다는 점이에요. 얼마전에 어떤 얘기 중에 제가 it's unjust. (그건 부당해.) 하고 말했는데 남자친구가 아무 얘기도 안 하더라구요. 제가 요즘 오버워치 대사 따라하는 거에 빠져서, 순간 Unjust -> just-> justice 순으로 연상이 되면서 justice rains from above!! (하늘에서 정의가 빗발친다!!) 하면서 오버워치 대사를 따라했어요ㅋㅋㅋ 근데 남친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동시에 대사를 치더라구요. 서로 jinx!! (찌찌뽕!!)도 똑같이 한 후에 얼마나 웃기던지ㅋㅋㅋㅋ 이런 점이 맞는다는 게 새삼 너무 좋더라구요.
네번째는 서로 이해해 줄 수 있다는 것? 롤에 빠진 남친을 싫어하는 여자친구 이야기나, 게임하는 남편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아내분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요. 저희는 게임을 같이 하거나, 아니면 서로 각자 즐기는 게임에 빠지기 때문에 그런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제가 심즈4를 하느라 자기관리도 소홀하고 남자친구 연락도 잘 못 받은 적이 있었는데 ㅠㅠ... 남자친구가 힘들어 하면서도 심즈 중독성 있는거 알지만 연락은 됐으면 한다고 먼저 이해해 줘서 저도 사과하고 심즈4를 지운 후에 다시 꽁냥꽁냥한 여친으로 돌아왔네요. 남자친구가 게임에 빠지는 것에 대한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게임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어도 조금 더 스무스하게 회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어... 그렇다고 저희가 항상 게임만 하는 건 아니에요!! 같이 자전거도 타고 카약도 타고 축제도 보러다니고 게임 외로도 재밌게 지낸답니다 :-) 그래도 결혼하면 데스크탑 풀옵으로 두 개 맞춰놓고, 플스 엑박 등 기기 다 갖춰놓은 게임방 만들어서 재밌게 알콩달콩 지내는 게 꿈이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