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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today_58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ause
추천 : 3
조회수 : 10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31 03:06:07
술 취해서는, 아주 정신 못 가누게 된통 취해서는 전화해서, 다음 날이면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 하는 당신.

좋아해요. 

하나도, 당신이 술기운에 내뱉은 말 중에 의미 있는 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내도록 곱씹어요. 걸으면서 곱씹고 하던 일을 멈춘 순간마다 곱씹어요. 그리고, 당신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그것을 곱씹을 때면 알아요. 하나도 불신할 수 없었구나. 그렇게밖에 되질 않았구나.

당신의 말은 전부 기어이 실현되지 않을 약속. 애초에 기억도 못한다는데. 할 말 없지. 그래도. 좋아합니다. 보고 싶어요. 듣고 싶어요. 잠시라도 옆에 있고 싶어요. 세상에.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매번 어디까지 기억하냐고 묻는 게 꽤 구차하고 우스운 일이라 하기 싫은데, 아주 안 하자니 속이 터지고, 난 내 속 터지는 게 정말 싫거든요. 그래서 아무튼 묻게 될텐데. 같은 대답. 기억이 안 나. 내가 그랬어? 

기억한다고 해놓고. 술 깨서 전화할 거라고 해놓고. 오늘은 별로 취하지 않았다고 해놓고. 내 연락을 기다렸다고, 연락이 없어서 서운했다고 말했으면서. 그렇게나 수다히, 약속해놓고. 좋아한다고 해놓고. 걱정 된다고 해놓고. 왜 술에서 깨어나면 약속을 이끌어냈던 당신의 마음과 걱정과 생각들은 있던 적 없이 사라지는지. 사라져버렸다고 말을 하는지.

사랑해요. 사랑해요. 나는 그냥 좋아한다구요. 좋아해요. 난 솔직히 이거 당신에 말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이 마음을 적어도 불편해는 않을 것 같아서. 적어도 그건 아닐 것 같아서. 조금도 조심스러워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실, 난 이미 수다히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좋아해요. 보고 싶어요. 모레는 볼까요. 오라고 하면 갈텐데. 금방 사라지겠지. 가버리겠지. 나는 당신한테 뭘까. 얼마나 아무것 아닐까. 그걸 분명히 알게 되면 좀 가라앉을까.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다 기억해요. 딱 수작질 같긴 했는데. 귀여웠거든. 사랑스러웠거든. 좋았거든. 술에 취하지 않으면, 당신은 그렇게 웃지 않으니까. 그렇게 사랑스럽게 웃는 거. 그거 진짜, 반칙이다. 갑자기 잘 하지도 않던 다소 개인적인 얘기하는 것도 반칙. 그런 얘기 했단 걸 기억하지 못할테니까.

기억 좀 해라. 차라리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해요. 그래야 내가 묻지. 그 얘기, 대체 진의가 뭐였냐고. 아 속 터진다. 내가 븅신 찌질이야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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