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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 학교대표 될뻔한 썰.txt
게시물ID : humorstory_3897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풍열스님
추천 : 0
조회수 : 2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16 18:43:27
좀 오래된 추억이긴 한데.......
 
고등학교 2학년때였죠,
어느날 문학선생님이 말씀 하셨하셨습니다
 
"모대학교에서 실시하는 백일장 대회에 학교대표(시부문) 3명을 선발하겠다.
오늘 각자 자작시 한편씩 써서 내일 문학시간에 제출하도록."
 
 
물론, 전 깜빡했습니다 ㅠㅠ
당일이 되어서야 생각이 났고 미친듯이 시를 써볼려고 했으나
가슴이 먹먹하고 손발이 떨리기만 할뿐 아무런 영감도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 어짜피 나따위가 학교대표에 선발될리도 없고 대충써서 제출하자.
그때 마침 엠피쑤리로 버즈의 '겁쟁이'를 듣고 있었습니다.
번뜩!!!!
 
문학선생님은 항상 계량한복을 입고 다니시는
정년을 코앞에 두고 있던 백발의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 셨습니다.
 
 
그래 모를꺼야. 모를꺼야. 뭐 혹시 알아도 귀엽게 봐주실꺼야.
 
결국 네.. 썼습니다.
 
 
 
 
 
 
 
겁쟁이
 
 
미안합니다
고작 나란 사람이
당신을 미친 듯 사랑합니다
기다립니다
잘난 것 하나 없는데
염치없이 당신을 원합니다

세상을 더 헤매어 봐도
눈을 더 크게 뜨고 찾아도
당신은 단 하나란 걸 알아서
내가 꼭 갖고 싶지만...
 
미안합니다
미련한 미련 때문에
내 손으로 당신을 못 놉니다
내 눈에 당신이 박혀서
다른 무엇도 볼 수 없어서
가슴에 옮겨와 달라는 말도
이젠 해보고 싶지만...
 
 
 
조금씩 커져가는 사랑은
한 번씩 나도 몰래 새어 나와서
길을 잃은 아이처럼 울고 보채도
터진 내 맘은 모르겠죠
 
날, 사랑해줘요
날, 울리지마요
숨 쉬는 것보다 더 잦은 이 말 하나도
자신 있게 못하는
늘 숨어만 있는
나는 겁쟁이랍니다
 
눈을 감지 마요
나를 바라봐요
당신의 귓가에 다가가 말하려 해도
당신 앞에 설 때면 뒷걸음만 치는
그저 난 겁쟁이랍니다
 
 
 
 
 
 
와..... 이게 화근이였습니다.
그 문학선생님이...... 절 따로 부르신겁니다......ㅠㅠㅠ
그때 뭔가 불길한 기운이 느겼졌드랩죠
 
 
뚜둥ㅇ
 
XX야.. 니 시는 정말 담백하지만 맛깔나고, 진정성이 느껴진다..
고등학생의 감성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정도로 훔륭해.
너에게 이런 재능이 있었다니 놀랍고 놀랍다.
학교대표로 선발하게 되었따....... (.....대충 이런....)
 
 
멘붕......
하.......
어..... 어뜨케.......
으앙쥬금
 
 
 
 
 
전 다음날 솔직하게 노래가사였다고 고백했고
 
일주일간 문학시간이 되면 단상에 서서 겁쟁이를 불러야 했습니다.
 
 
결론 : 가사를 다 외운 유일한 노래 '겁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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