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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고백
게시물ID : panic_582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헝어헝
추천 : 19
조회수 : 310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9/30 19:34:56
프롤로그
그여자
오늘은 드디어 그를 만날수 있단 기분에 난 너무 행복했다
그동안 그와의 만남을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렸는지 몰라
우연히 인터넷 게시판에 연재되고 있는 글을 보며 알게 된 그는
글 만큼이나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글을 읽는 시간 만큼이나 많은 시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그의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처음엔 호기심이 마음이 어느샌가 관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나도 모르는 사이 그런 관심이 사랑으로 변해 그를 내 마음 속에 품어버렸다

그동안 계속 품고만 있던 그를 드디어 만날 수 있다는 마음에
어젯밤부터 설레여 한숨도 이루지 못한채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직 얼굴조차 모르는 그였지만 그를 본다면 당장 달려가 안기고 싶었다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자라나 이젠 나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버린 그를
오늘 난 만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아침 일찍 예쁘게 단장 후 그와의 약속 장소로 난 향했다
이젠 그를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나의 발걸음은 누구보다 경쾌했다
그 남자
심심해서 연재하게 된 글에 어떤 사람의 덧글이 유난히 나의 눈에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글을 적을때마다 그 사람의 덧글을 기다리게 되었다
어느날 큰 맘 먹고 그 사람에게 연락하고 싶다며 글을 남겼고
그녀는 흔쾌히 승락해줬다
난 그녀가 어디 사는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채 무작정 그렇게 연락을 시작했다

우린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얼굴조차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메신저를 통해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장난처럼 시작한 대화에 나도 모르게 깊게 빠져버렸고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땐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버린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마음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만 갔고
결국 그녀에게 보고 싶다며 데이트를 신청했다

한번도 얼굴도 본적도 없고 목소리조차 들어본적 없는 나의 행동에
그녀는 얼마나 황당했을까?
하지만 그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분좋게 승낙해주었다
난 모든 것을 가질 만큼 행복하고 기뻤고 바로 오늘이 그날이다
이제 난 그녀에게 진짜 나를 보여주며 고백하려고 합니다
고백
그 여자
그 장소에서 설레듯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기다렸던 만남일까?
내가 그를 이토록 그리워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오랜 시간 보고 싶던 마음을 참으며 잘 기다려 왔지만
내 마음은 이미 그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기에
막상 지금의 난 1분 1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는지 몰랐다

그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는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소중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역시 소중한 그를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기에 지금 그들의 마음과 기분을 누구보다 난 잘알것 같았다
한번도 본적 없없던 그였지만 한번에 난 그사람을 알아볼 것이다
왜냐하면 난 그와 인연이라는 큰 운명의 고리로 이어져있기 때문에...

그 남자
너무 설레서였을까? 나도 모르게 약속 장소에 너무 일찍 도착해버렸다
한참을 설레이며 기다리다가 나도 모르게 문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먼저 기다리고 있단 사실을 그녀가 알면 많이 미안해하지 않을까?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그녀를 기다렸다
그녀가 나타나면 늦은척 짠하고 나타나 멋지게 사과하고 늦었으니 맛있는 것을 사준다고 할 생각이다
그게 어색한 첫만남보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막 저 멀리서 그녀가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한번에 저 사람이 바로 그녀라는 것을 난 알수있었다
약속장소에서 조금전 나처럼 안절부절하며 기다리는 모습의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다고 귀여운 여자였다
난 그런 그녀를 향해 내 첫발걸음을 떼어본다
그 여자
저 멀리서 뛰어오는 한 사람이 내눈에 보인다
한눈에 난 그가 바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잘생기진 않았지만 선하며 호감있는 그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미안함에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지 숨을 고르지 못한채로 사과부터 한다
그는 오늘 사과의 의미로 맛있는걸 사준다며 나의 손을 잡고 어딘가로 향했다
당당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어딘가로 나를 이끌고 가는 그의 발걸음은 너무 뻣뻣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귀여운지 나도 모르게 웃음 지으며 그의 뒤를 계속 따라갔다

그의 손에 이끌려 따라간 곳은 골목 구석에 있는 왠 작은 식당이었다
하지만 식당 입구에서부터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왠지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당당하게 나를 이끌고 데려가던 모습과 달리 식당 앞에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내게 말했다
"꼭 데려와주고 싶었던 곳이예요 맛은 보장할께요 그래도 싫으면..."
어색하게 말하는 그의 모습이 왜이렇게 난 귀여울까?
그가 말을 끝나기도 전에 내가 그의 손을 잡고 식당 안으로 들어와버렸다

나는 그와 함께 식사를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뻔뻔하고 당당한 첫모습과 달리 의외로 수줍이 많은 남자였다
이런 그가 어떻게 그런 글을 적을 수 있을까?
너무나 신기했다
왜냐하면 그의 글은 너무도 매혹적여서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빠져들 만큼 강렬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글에 취해 그를 계속 찾기 시작했으니까

문득 이야기 도중 난 한번도 가본적 없지만 문득 그와 함께 가보고 싶단 마음에
나도 모르게 놀이 공원을 가보고 싶다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그를 만나기 위해서 예쁘게 단장하고 치마와 구두를 신고 왔기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가 환하게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와 앞치마를 풀러주며
잠시만 기다려달라는 말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가 양손에 무엇인가 들고 다시 돌아왔다
양손에 든 것을 나에게 내밀며 그는 웃으며 "선물"이라고 했다
난 호기심에 지금 뜯어봐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는 당연하다는 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준 선물은 청바지와 운동화였다
'뜬금없이 그가 갑자기 왜 이런 선물을 줬을까?'
난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그 치마와 구두를 신고 놀이 공원에 갈 순 없잖아요?"
사소한 그 말과 선물이 왜 이렇게 기쁘고 고마운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내가 울자 갑자기 그는 당당하며 나에게 사과를 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 웃겼고 사랑스러워
그에게 다가가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
"고마워요"

치마와 구두 대신 청바지와 운동화를 신고 우린 즐겁게 놀이 동산으로 향했다
처음 온 놀이 공원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작은 곳이 아니었다
너무 넓어서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넓고 화려했다
멍하게 있자 그는 가이드를 자청하며 또 내 손을 잡고
이리 저리 나를 이끌었다
그 덕분에 정말 많은 놀이 기구를 타고
오랫만에 누구의 시선도 신경쓰지 않고 즐겁게 웃어본것 같았다

'정말 내 인생의 최고의 하루가 아닐까?' 란 생각까지 들었다
그와 데이트는 너무 뜬금없고 정신없었지만 나에겐 너무나 즐거웠다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러 벌써 헤어질 시간이 되었다
난 그에게 버스를 타고 간다고 했지만 그는 피곤할꺼라며 택시를 타고 가라고 했다
혹시 모를 위험까지 생각해서 그는 직접 콜택시를 불러줬고
택시 기사님께 추가 요즘을 지불하면서까지 무사히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했다
그렇게 택시는 출발하며 아쉬워하는 그와 작별을 했다

그순간 울리는 휴대전화
그의 전화였다
그는 자기 집 가는 길이 무섭다며 통화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가 날 걱정해서 일부러 전화했단걸 알지만 그의 어색한 변명에 난 또 웃음짓고 말았다
그의 배려에 난 또 한번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문득 그에게 신발과 바지 사이즈는 어떻게 맞췄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는 앞치마를 풀러주며 앞치마 끈을 이용해서 목의 둘레를 통해서 허리 사이즈를 측정했고
앞치마를 흘리는 척 하며 신발 사이즈를 대충 쟀다며 이야기를 했다
난 왜 그가 그런 글을 쓸수있는지 알 수 있었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배려심 많고 똑똑한 사람이이었다 난 더욱 더 그에게 빠져버렸다
그리고 난 그날 그의 배려 덕분에 무사히 도착했고
꿈에서 조차 그를 찾아떠났다
어느덧 시간이 한참 흘렀다
처음 그를 만나러 간 것을 빼곤 매일 그가 나를 위해 직접 만나러 왔다
항상 그는 변함없이 나를 걱정하며 챙겨주었다
매번 집 앞에 데려다줬고 혹시 데려다주지 못했을 땐
항상 콜택시를 불러 기사님께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했고
그래도 내가 무서워하거나 걱정할까봐
집에 들어갈때까지 통화하며 날 지켜줬다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그와 데이트를 마치고 함께 집으로 귀가 하고 있었다
저 멀리서 술취한 남자들이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갑자기 그 남자들은 나에게 말도 안되는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그는 나를 등뒤에 숨긴채 그 사람들과 맞서기 시작했고
처음엔 언성이 높아져가더니 어느샌가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는 혹시나 내가 다칠까봐 온몸으로 나를 감싼채 맞기만 했다
울면서 제발 하지말라고 하지말라고 소리 쳤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들의 폭력은 그가 쓰러지고 나서야 멈췄고 그들조차 놀랐는지 우리를 남긴채 급하게 도망쳐버렸다

나는 쓰러진 그를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 그는 다친 자기보다 울면서 걱정하는 날 보며
"괜찮아?" 라며 물어보는 그 한마디의 말에 난
그에게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나에게 그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깨닫게 되었다
그런 그가 난 너무 고마웠고 이런 그를 사랑할수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다음날 그에게 전화를 했다
어제 일 때문인지 그의 목소리는 좋지 않았지만 혹시 내가 걱정할까봐 괜찮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너무 걱정되어 나의 발길은 자연스럽게 어느샌가 그의 집앞에 도착했다
그는 입안을 심하게 다쳐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며 어색한듯 웃음지으며 말했다
난 그런 그를 위해서 죽을 끓여주기로 했다
처음 만들어서 맛없는 죽이였지만 그는 맛있다며 계속 칭찬하며 먹어줬다
입안에 심하게 다쳐 아파하면서도 내가 끓인 죽을 맛있게 먹는 그를 보며
나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금 안쓰러웠다
그러자 그는 이런 내 기분을 마치 안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 괜찮아 걱정마 바보야"라고 말을 했다

밤새 그를 위해 곁에 있고 싶었지만 그는 아파도 자긴 늑대가 될지 모른다며
여긴 위험한 곳이라며 부모님 걱정하신다고 어서 귀가하라고 재촉하며 날 내쫓았다
그리고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날 위해서 콜 택시를 불러줬고
택시 기사분에게 날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도 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며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속의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름없었지만 휴대전화 넘어 들려온 그의 말투는 전혀 달랐다
"이젠 정말 그 사람에게 당신을 잘 부탁한다는 말이였어."
"잠깐 동안이지만 재미있었어, 그럼 정말로 잘지내."
란 말과 함께 끊어져버리는 휴대전화와 마치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안다며
나를 향해 웃고 있는 택시 기사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택시는 그동안
내가 가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나를 이끌고 떠나간다
나의 마지막 메아리는 그렇게 깊은 밤에 아무도 듣지 못한채 그렇게 울려퍼졌다

그남자
그녀는 내가 항상 같은 콜센터 택시를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처음 만난 그녀는 생각보다 위기감이 강하고 똑똑한 여자였다
콜센터에서 날아온 문자와 택시 번호를 비교했으며
그리고 운전자와 면허증을 확인 했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그녀와 통화까지 했는데 역시 그녀는
나 이외에도 여러 사람들과 귀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그녀는 생각보다 쉬운 여자가 아니었어
하지만 그녀는 모를꺼야

과연 그 콜센터가 정말 콜센터였을까?
그리고 과연 그 택시가 정말 진짜일까?
그리고 그 운전자와 면허증까지도?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기로 했어

몇번을 만났지만 그녀는 위기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어
나에 대한 위기감은 많이 사라졌지만 다른 주변에 대한 위기감은
누구보다 예리했어
몇번 빈틈을 노리려고 했지만 그녀는 매번 이성적인 판단으로 잘 대처했어
그래서 그런 그녀가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필요했어
누군가를 이용해서 충격적이거나 극단적인 상황을 겪으면
한동안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못할테니까

의외로 내가 고용했던 사람들은 직업 의식이 투철했던건지
고용했을 때 내 태도가 맘에 들지 않았던건지
기절할만큼 나를 때렸다
그래도 그 덕분에 그녀는 정말로 내가 사랑한다며 믿었고
모성애와 보호본능을 자극해 이성적인 판단과 행동을 흐리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역시 그녀는 내가 생각한대로
아무 위기감과 생각 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떠나는 그 순간까지 그녀는 나에게 시선을 떼지 못했다
나 역시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낸단 마음에 시선을 떼지 못했어
그리고 게임이 끝났다는 걸 예고하듯 난 동료에게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추가 요금은 더이상 지불하지 않았다

이제 다시 글을 써볼까?
매번 하는 일이지만 항상 새로운 것 같아
이런 나의 행동엔 아무런 위험도 없어
왠지 알아?
그냥 단지 내가 좋다는 사람을
단지 사랑하는 척만 하면 되니까
웃기지 않아?

너희는 무엇으로 날 믿는거지? 내 글? 내 이야기?
그 어느 하나도 진실이란 보장이 없는데
너희는 왜 이런 나에게 그렇게 미친듯 달려드는거니?
너희들이 상처 입는다는 것도 모르는채
마치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익명이란게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익명성 그 뒤에 감추어진 더러운 가면을 너희들은 알아?
단지 자신를 알아달라며 아우성치는 너희들의 모습
근데 있잖아, 그렇게 아우성치는 순간에도
네 주변에선 누군가 한명씩 사라져가고 있을지도 몰라
단지 너무 많은 아우성에 의해서 그 사라져가는 사람의 슬픈
마지막 외침은 아무도 듣지 못한채
너희들은 또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아우성 치며 그렇게
흘러 지나가고 있는지도 몰라
과연 내가 살인자일까?
아니면 익명이란 가면을 쓴채로 누군가가 죽어가는 것을 외면하는
너희들이 살인자일까?
오늘도 여전히 나의 글에 많은 사람들이
덧글을 남긴다
그리고 차례로 한두명씩 사라져 가지만
모든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너희들도 가짜란 가면을 쓰고 있는
카운팅되는 숫자중 한명일뿐이니까

나역시 가짜란 가면을 쓰고 글을 쓰고 있는
글쓴이 중 한명일 뿐이니까

덕분에 난 아직도 글을 쓸수 있다
난 항상 고맙다
너희들의 무관심과 말도 안되는 믿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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