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하고 배고픈 이들과 늘 함께 했던 김선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식당은 계속 운영돼야죠."
봄비가 내리는 18일 오후 1시30분 대인시장 '해뜨는 집'. 이날도 어김없이 '1000원의 행복'은 이어지고 있었다.
점심시간대를 넘겼으나 한 명, 두 명 주린 배를 채우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은 계속됐다. 이날 주 메뉴는 된장국에 밥, 콩나물 무침, 열무ㆍ배추김치였다. 소박한 한끼 밥상이지만, 단돈 1000원에 배고픔을 달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 러나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에게 늘 '밥 심(힘)이요. 많이 드시쇼(드세요). 감사하게 드시쇼(드세요)'라고 따뜻하게 말하던 '1000원의 행복전도사' 김선자 할머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난 설 명절 이후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항암 치료를 받던 중 끝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 지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 손님은 따뜻한 밥과 국 한 그릇을 뚝딱 비운 후 자원봉사자들에게 "잘 먹었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식당을 나섰다.
해뜨는 집에서 2년째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이석률(58)씨는 "이날 오전 김선자 할머니가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주일(일요일)날을 빼고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항상 문을 열어라'라는 유지를 받들기 위해 비록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으나 식당문은 열게 됐다"고 말했다. 손님 김춘자(72)씨는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은 일을 더 많이 했을 텐데 못다 하고 갔다"며 슬퍼했다. 이날 이 같은 비보를 접한 대인시장 상인들 역시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지난 2010년 6월 광주 동구 대인시장의 한 골목길에 자리 잡은 '해뜨는 집'은 김선자 할머니가 지난 2012년 5월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으면서 1년이나 문을 닫아야만 했다. 이 같은 안타까운 소식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각계각층에서 후원 손길이 이어졌고, 지난 2013년 5월께 할머니의 뜻을 잇기 위해 다시 문을 열었다. 이후 해뜨는 집에는 가난하고 배고픈 이들이 하루 평균 100명씩 찾고 있다.
'1000원의 행복전도사' 김선자 할머니는 이날 오전 6시35분께 향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천주의성요한병원 장례식장으로, 발인은 20일 오전 9시, 빈소는 영락공원이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