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대한민국 해군 황기철 제독의 운전병이었습니다.
전역한지 2년이 넘었지만 오늘 황기철 제독님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2년 남짓한 군 생활동안 제가 지켜봤던 황 제독님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저는 황 제독님이 작전사령관(중장) 시절 그 분의 운전병이었습니다.
사령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 적도 없으신 분인데...
나랏돈 함부로 쓸 수 없다며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사셨던 분입니다.
주말에 간혹 수도권에 사시는 사모님께서 내려오실 때가 있었는데
한 여름 뙤약볕에도 사모님 더러 버스타고 공관으로 오라고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영관급 지휘관들이 툭하면 관용차를 사용했던 것을 생각하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간혹 약주 한잔 하시고 저와 공관병을 불러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셨던 분이셨습니다.
육군도 있고 공군도 있는데 우리 바다를 지키는 해군으로 와줘서 고맙다며......
군대 내 알음알음으로 들은 건데
이번 세월호 때 황제독님은 통영함 출동을 명하셨지만 윗선에서 3번이나 거부 당했다고 들었습니다.
해군참모총장의 명령을 거부 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합참의장과 국군통수권자 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이 비리라뇨.
그 누구보다 스스로 해군임을 자랑스러워 하셨던 분이 40억에 이르는 비리라뇨.
저는 믿을 수 없습니다.
한낱 운전병이었던 주제에 얼마나 알고 있길래 이러냐고 질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의 평소 행실을 미뤄 봤을 때 그럴 분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분 보다 윗선의 비리를 스스로 총대를 매신 거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수사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황 제독님의 혐의가 전부 사실이라고 밝혀진다면...
믿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면.....
황제독님께 적잖히 실망하겠지요.
전역 하면서도 황제독님같은 분이 계셔서 마음 편히 조국의 바다를 지킬 수 있겠구나리고 생각한 제가 창피하겠지요.
그래도 여러분께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기억속의 황기철 제독님은 제게 따뜻한 아버지와 같은 지휘관이자 진정한 참 군인이셨습니다.
부디 진정한 진실이 밝혀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