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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님의 벽오금학도를 읽고...
게시물ID : readers_5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국수한사발
추천 : 3
조회수 : 1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1/04 12:39:25

최근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 바로 책꽂이에 꽂혀진 오래된 책 다시 읽기다.

 

한동안 경제/경영학, 자기계발서 도서만 읽어오면서, 그 동안 방치되어왔던 인문, 철학, 소설, 수필 등의 도서는 나에게 철저히 버림을 받았다. 그런데,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되고 20여년 간의 직장생활의 방점을 찍고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할 시점에 돌아서 보면 내 가슴 속에 남아있는 책은 인문, 철학, 소설, 수필 등의 도서였지, 경제/경영학, 자기계발서 등의 도서는 아니었다.

 

최근 서재에서 오래된 책들을 다시금 꺼내 들고 있다. 스무살 무렵...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방황하던 무렵... 또는 군대에서 짬밥이 되지 않아 고참들 몰래 숨어서 보던 책들... 김한길의 "여자의 남자" 라든가... 이은성의 "동의보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안정효의 "하얀 전쟁" 등등...

 

물론, 군대에서 어느 정도 짬밥을 먹고는... 내무반에서 누워있을 정도의 계급이 되었을 때... 책을 많이 보았지만, 제대를 앞두고... 후임병들을 위해 책을 내무반에 기증하고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물론 그 책들이 내게는 없다. 다시 한 번 그 책들을 읽어 보기 위해 중고서점 사이트 등을 뒤져 가며, 한 권씩 그 추억들을 모으고 있는 중이다.

 

이외수님의 금오벽학도는 그 무렵 읽었던 책은 아니다. 안사람이 결혼 전 읽었던 책이란다. 이상하게도 이외수님의 책을 읽어 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최근에 읽었던 책은 "하악하악"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어쨌던... 책장에서 낡아빠진 벽오금학도를 발견하고... 아침부터 미친 듯이... 읽어 내려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풍류도인 농월당 선생의 손자 강은백은 신선의 마을에서 사흘을 노닐다 돌아온 후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다. 만물에 편재하는 신비로운 체험을 한 그는 환상의 그림 <벽오금학도>를 들고 돌아온다. 그는 그림 속을 자유자재로 왕래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다시 선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신선의 예언을 실현시켜 줄 사람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상당히 빠져들고 말았지만 책을 덮고는 상당히 곤욕스러웠다. 주인공은 강은백이 선계로 돌아간 것이지만 이외수 선생은 벽오금학도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인지 솔직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편재란 무엇인가? 몰아일체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천부경이 무엇이고, 단학이 무엇인지? 어렵다. 도교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것은 알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도교에 대해 얼마만큼이나 내가 알고 있을까? 왠지 책을 읽고 났을 때 에반게리온의 TV25~26편이 생각났다. 세상은 나 혼자만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세상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 나 혼자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 모두가 옳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등등... 너무 많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는 나만이 특출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한 눈 팔지 않고 지금 것 살아왔다. 자기계발에 손 놓지 않고, 한 달에 최소 2~3권의 책을 읽고, 틈틈이 유명 강사들의 강의도 들으러 다니고, 학원도 다니며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력해왔다. 내 직장동료들은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퇴근 후 동료들끼리 모여 술이나 한 잔 하고, 책이라고는 손톱만큼도 보지 않았다. 나는 그들을 솔직히 경멸했다. ‘그래 지금은 차이가 나지 않아도 나중에 보면 당신들은 후회할 꺼야...’

 

그러나 그것은 나의 편협한 생각이었다. 사람은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그 사람들이 나와 다르고, 나와 틀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내가 경멸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그러한 생활에서 그러한 삶에서도 행복을 느낀다면 그 사람들이 옳은 것이다. 나와 같이 절제된 삶을 살아가면서, 내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굴고, 내 스스로를 계발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막상 뒤돌아 보면 난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럼 난 불행했던 거였다.

 

어떠한 기준으로 남을 평가해서는 않되는 것이었는데 나는 그것을 몰랐다. 단지, 나는 내 방안의 수 백 권의 도서를 읽었다는 자부심으로 스스로 내가 대단하다고 착각하였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이외수님의 벽오금학도 한 권이 이러한 나를 무너뜨렸다. 책을 읽고 많이 괴로웠다. 마치 메트릭스에서 빨간 약을 선택한 후 진실을 알게 된 것 처럼 괴로움이 솟구쳐왔다.

 

이외수님의 벽오금학도에 대한 평가는 내리기 어렵다. 재미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어려운 것 같으면서도 뭔가 허전하다. 특히나 책의 마무리가 내가 기대했던 것 보다 조금 부족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평가를 내리기 보다는 한 번 더 읽어보고 난 후... 그래도 이해가 않간다면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쉽게 답을 내리기에는 내게는 너무 어려운 책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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