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위로의 말씀을 식상하게나마 드리고 싶네요. 베스트에서 오유어린이님 관점에서의 많은 위로가 있었고 어떻게 느끼셨을지 모르겠군요. "님이랑 사귈 재목의 남자는 아니었다"라거나, "님의 성격은 고칠 필요가 없다"는 리플은 제가 보기엔 좀 인상이 찌푸려졌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편입생 출신이거든요. 똑같은 경험도 해봤고요. 마음이 짠하데요.
편입공부는 그냥 토익이나 토플 공부하는 거랑 틀리더라고요. 결과야 고시에 비하겠습니까만, 공부 그 자체는 고등고시에 필적합디다. 저도 외무고시 행정고시 기출로 모의고사 삼아 풀고 그랬으니까요. 미국 대학원 시험인 GRE의 영어 파트 정도가 출제되니 그 부담은 가히 살인적인 수준입니다. 고삼때 이랬으면 서울대 갔겠다 싶을 정도에요.
사람은 참 남의 입장 되기 어려운 생물같습니다. 님도 그렇고요. 예전의 제 여자친구도 그렇고요. 시간 지나니까 저도 그렇데요.
처음부터 무덤덤한 사람이었으면 모를까, 그 열정이 온데간데 없이 식어버리는 "변화" 자체가 많이 낯설고 열받고 그랬겠죠. 아마도 그 변화를 견딜 수가 없나 봅니다.
그 영어로 대학 바꾼다는게 쉬운게 아니에요. 사람도 엄청 쪼잔해지고요, 분단위 초단위 쪼개가면서 공부하고 스트레스 받아서 일반 대학생이 상상조차 못할 그런 고통을 안고 갑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한과목만 파는데 문자 할 시간도 없냐, 잠깐 나 보러 나올 틈도 없냐 그러시겠지만.. 그 흐름이 한 번 깨지면 다시 잡는데 몇 시간 날아가기도 하고, 어느새 몇 시간 지나 있기도 하니 죽을 노릇이지요.
앞으로 오유 어린이께서 취업을 준비하시던, 직장에서 일을 하시던 뭔가에 쫓기면서 몰두하게 되면... 그 남자친구의 입장을 아마도 짐작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그 때 그래서 안좋게 되었어요. 그냥 가만 좀 놔뒀으면, 날 도와줬으면 싶은데.. 마음은 그대로인데 상황이 사람을 갉아먹는 겁니다. 리플들에 달린 그 남자에 대한 험담은 아예 무시하셔도 좋아요. 뭣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니까. 편입때문에 여자친구랑 싸우기도 많이 싸우고, 그 전까지 삼 년을 만나면서 한 번도 안했던 말 "헤어지자"는 말을 두번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헤어졌고... 편입하고 나서 다시 찾아가서 만난 뒤로 지금 4년째네요. 그러니까. 사람이 변하는게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는 겁니다. 님 입장에서는 그 놈이 영 곱게 보일리 만무하겠습니다만... 먼저 헤어지자놓고 말이 많네 어쩌네 하면서 매몰차게 고개 돌리는 것도
결국 그것뿐인 관계겠지요. 좋을 땐 좋고.. 힘든 일은 같이 못 이겨내는.
그러니까.. 그것뿐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마음이 남아있다면 한 번 다시 만나서 얘기해 보시고요.. 그 남자를 나쁜놈으로 만들어서 그 고통스러운 관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도피적인 마음이 있지 않나 생각해보시길 바래요.
개인적으로 이성관계는, 서로를 더 갈고 닦아 (물론 고통이 수반되겠지요.) 지금의 나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