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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에 입덕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십니까? (약간 스압)
게시물ID : toy_58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행복한법대생
추천 : 6
조회수 : 105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1/26 03:25:21
저는 13년 전 제가 꼬꼬마 초딩일 시절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습니다.

아이보리색 박스에 멋지구리하게 그려진 로봇.

그렇습니다. 그 당시 마구마구 기세를 떨치던

짝퉁 중국제 건담 프라모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어렴풋한 기억에 무슨 기종인지는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마 기종은 건담 NT-1 알렉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정확하진 않습니다. 대충 건담 베이스에 

잡종킷일 수도 있기에..)

전 아저씨한테 신신당부했습니다.

"아저씨 이거 절대 팔면 안 돼요!! 돈 가지고 올게요!!!!!!!"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서 문화상품권 만원을 들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첫 건담 프라모델이었습니다. 

새로운 장난감에 대한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절망적인 사출색과 싸구려 플라스틱은

초딩의 눈에도 쓰레기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한 일주일 만들어 놓고 구석에 처박아 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에이 솔직히 저런 로봇을 실제로 똑같이 만들 수 있겠어?'


그렇게 첫 프라모델과의 첫만남을 쓸쓸히 뒤로 하고 저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영어캠프에 가게 되었죠. 그 때 미션으로 마니또 선물을 하나씩 지참해야 했습니다.

저는 무난하게 공책 세트를 가져갔죠. 그리고 제가 받은 선물도 뭐 동일한 수준의 문구 세트였구요.

그런데 룸메가 받은 선물은 남달랐습니다. 일단 박스도 컸고요.

딱 열어보니 상자에는 왠 멋지구리한 로봇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BANDAI 네모 박스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이건 진짜다.

제 룸메는 너무 들뜬 마음에 손으로 런너를 뜯으며 그 자리에서 건담을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SD 킷이었기 때문에 1시간도 안되어서 다 만들었죠. 뭔가 달랐습니다.

부분적으로 색이 안맞기는 했지만 박스 아트와 흡사했으니까요.

여전히 초딩이었던 저는 생각했습니다. 

'멋지긴 하지만 역시 박스랑 똑같은 로봇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군 ㅉㅉ.'


그리고 2년 뒤 저는 입덕하게 됩니다.

왜냐고요? 아무 생각 없이 놀러간 친척 형 집에서 HG 데스티니 건담을 발견했거든요.

완벽한 색분할. 멋진 비율. 빛의 날개까지.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입덕했죠.

P2230503_1.JPG

지금은 뒷 방에서 날개는 모두 접힌 채 수그리고 있지만 8년 전에는 저렇게 위용을 떨치던 녀석입니다. 

어떻게 용자검법 제 1초식을 애니 하나 접해보지 않았던 중딩이 알았는지는 미지수지만 ㄷㄷ;;

그 뒤로도 건담을 자주 만졌습니다. HG 데스티니 건담 이후에는 

무등급 1/100 소드 스트라이크 건담을 만졌고 

그 다음에는 MG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 다음에는 MG 데스티니 건담 EBM 모드

그리고 MG 옥담까지 만지게 되었죠. 

p5292716_whcksdnjs1.jpg

무등급과 MG를 비교한 사진. 지금 생각해보면 중딩이 이런 DP를???? 라는 생각이 드네요.

p5292723_whcksdnjs1.jpg

이런 사진도 있네요. 질풍의 중딩에게는 이 자세가 가장 멋져보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건담을 만지던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사를 한 탓에 너무나 바뀌어 버린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춘기와 학원에서의 왕따를 경험한 후 하루 하루를 방황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런데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할 때만큼은 

우울증이나 괴로움같은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집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저는 이렇게 입덕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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