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3년 전 제가 꼬꼬마 초딩일 시절에
학교 앞 문방구에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꼈습니다.
아이보리색 박스에 멋지구리하게 그려진 로봇.
그렇습니다. 그 당시 마구마구 기세를 떨치던
짝퉁 중국제 건담 프라모델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너무나 어렴풋한 기억에 무슨 기종인지는 잘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마 기종은 건담 NT-1 알렉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정확하진 않습니다. 대충 건담 베이스에
잡종킷일 수도 있기에..)
전 아저씨한테 신신당부했습니다.
"아저씨 이거 절대 팔면 안 돼요!! 돈 가지고 올게요!!!!!!!"
엄마한테 조르고 졸라서 문화상품권 만원을 들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 첫 건담 프라모델이었습니다.
새로운 장난감에 대한 설렘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절망적인 사출색과 싸구려 플라스틱은
초딩의 눈에도 쓰레기처럼 보였거든요.
그리고 한 일주일 만들어 놓고 구석에 처박아 뒀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죠.
'에이 솔직히 저런 로봇을 실제로 똑같이 만들 수 있겠어?'
그렇게 첫 프라모델과의 첫만남을 쓸쓸히 뒤로 하고 저는 5학년이 되었습니다.
영어캠프에 가게 되었죠. 그 때 미션으로 마니또 선물을 하나씩 지참해야 했습니다.
저는 무난하게 공책 세트를 가져갔죠. 그리고 제가 받은 선물도 뭐 동일한 수준의 문구 세트였구요.
그런데 룸메가 받은 선물은 남달랐습니다. 일단 박스도 컸고요.
딱 열어보니 상자에는 왠 멋지구리한 로봇이 그려져 있고 오른쪽 하단에는
BANDAI 네모 박스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본능적으로 느꼈습니다. 이건 진짜다.
제 룸메는 너무 들뜬 마음에 손으로 런너를 뜯으며 그 자리에서 건담을 조립하기 시작했습니다.
SD 킷이었기 때문에 1시간도 안되어서 다 만들었죠. 뭔가 달랐습니다.
부분적으로 색이 안맞기는 했지만 박스 아트와 흡사했으니까요.
여전히 초딩이었던 저는 생각했습니다.
'멋지긴 하지만 역시 박스랑 똑같은 로봇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군 ㅉㅉ.'
그리고 2년 뒤 저는 입덕하게 됩니다.
왜냐고요? 아무 생각 없이 놀러간 친척 형 집에서 HG 데스티니 건담을 발견했거든요.
완벽한 색분할. 멋진 비율. 빛의 날개까지.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입덕했죠.
지금은 뒷 방에서 날개는 모두 접힌 채 수그리고 있지만 8년 전에는 저렇게 위용을 떨치던 녀석입니다.
어떻게 용자검법 제 1초식을 애니 하나 접해보지 않았던 중딩이 알았는지는 미지수지만 ㄷㄷ;;
그 뒤로도 건담을 자주 만졌습니다. HG 데스티니 건담 이후에는
무등급 1/100 소드 스트라이크 건담을 만졌고
그 다음에는 MG 스트라이크 프리덤 건담, 다음에는 MG 데스티니 건담 EBM 모드
그리고 MG 옥담까지 만지게 되었죠.
무등급과 MG를 비교한 사진. 지금 생각해보면 중딩이 이런 DP를???? 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런 사진도 있네요. 질풍의 중딩에게는 이 자세가 가장 멋져보였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건담을 만지던 시기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인 것 같습니다.
이사를 한 탓에 너무나 바뀌어 버린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사춘기와 학원에서의 왕따를 경험한 후 하루 하루를 방황하면서 지냈거든요.
그런데 건담 프라모델을 조립할 때만큼은
우울증이나 괴로움같은게 없었거든요. 그래서 더 집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저는 이렇게 입덕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