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감독의 전작들의 요소들이 제법 많이 녹아져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전작 "스토커"와 아주 많이 그 맥을 같이 합니다.

다만, 스토커가 다소 복잡하고 어렵게 다가 갔다면, 아가씨는 그의 전작과 달리 쉽게 다가갑니다.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대중성과 상업성을 많이 생각했었나 봅니다.)

영화는 크게 여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남성들은 마초적이면서 권위적입니다. 그렇지만, 쾌락, 즐거움에 관해선 간접적이고 수동적이며 피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낭독실장면에서 그 모습들은 잘 나타나는데, 단 위에 위치해 있으면서 성애소설을 듣습니다. 그리고, 낭독자의 낭독을 통해 상상하여 쾌락을 얻습니다.

이런 남성성은 영화 후반 하정우와 조진웅의 씬에 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하정우에게 첫날밤 이야기를 해 달라고 안달복달하는 조진웅의 모습을 잘 나타납니다.

반면, 여성성은 남성성과 상반되게 직접적이고 자유롭습니다.

남성들이 낭독실에서 연미복을 입고 쾌락을 느끼는데 반해, 여성들은 노출을 하고 살과 살을 맞부딪치며 느낍니다.

특히, 많이 회자되는 영화 라스트의 섹스씬을 보면 잘 드러나는데,

영화 초반 김민희에게 억압과 공포, 고통의 상징이었던 "방울"이 라스트씬에서 쾌락을 위한 도구로 변화가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성장과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스토커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거대한 저택에서 바깥을 나가보지 못한 김민희는 영화 마지막 그것와 반대되는 바다로 나가죠.

영화 초반 "어둡고 음산한 곳을 누가 좋아하겠냐.." 라고 하면서 그것과 관계된 화면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어두운 그림에 가려진 달 모습. 바깥에서 보이는 침침한 조명의 저택들.. 등등

라스트씬에서 보름달이 떠 오르는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종합적으로 영화의 라스트씬은...

단순히 여성간의 섹스씬에 국한되는게 아닌, 많은 의미를 내포한 씬이라는 것이죠.

이 밖에 위의 2가지 핵심을 보여주기 위한 주변들이 섬세하고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영화 초반 왜 김민희는 장갑에 신경쓰는지... 낭독 스트레스를 받는지... 등등 말이죠.

영화는 1부와 2부 사이를 쉴 새 없이 달립니다. 상당한 몰입감을 자랑합니다.

다만, 마지막 종장에 이르러 살짝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히 매끄럽고 잘 짜여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점 몇가지를 뽑으라면...

미장센. 영상미가 절묘합니다. 화면구도, 배치, 색감.

낭독실 내부의 배치 모습을 봤을때.. 꺄~~~ 소리가 절로 나오더군요.

여기에 김민희의 표정연기.... 압권입니다.

여기에 하정우와 김해숙, 문소리씨의 연기도 탁월합니다.

신인 김태리는 신의 한수네요.

스토리, 서사에 있어서... 원작자가 "영감을 받은~~"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박찬욱만의 스타일로 잘 뽑았습니다.

종장이 약간 아쉽긴 하나.. 1부와 2부의 흐름은 정말 좋습니다.

글쎄,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 소설을 구매한 것은.. "라이프 오브 파이" 이후 처음이네요.

끝으로.. 잡소리 몇가지 늘어 놓습니다.

많은 리뷰 글들을 보았지만...

상당히 많은 아가씨 리뷰들이 영화를 보러 가서 영화를 본 게 아니라, 하나의 장면과 액션에만 집착하는 리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글쎄요... 전 그런 리뷰를 보면서...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은 왜 보나!" 라는 유명한 구절이 떠 올랐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화에 집중하지 않고, 단순히 섹스씬과 노출에만 포커스를 맞추고 그것으로 왈가왈부하며, 절하해 버립니다.

안타까운 노릇이죠.

요즘 많은 관객들이 쉬운영화만 찾습니다. 조금만 생각해도 되는데 그 조차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런 관객들은 하나의 장면과 영상에만 집착합니다.

섹스와 노출이 핵심이면 그냥 포르노를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