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 게시판에 '천정배, 정동영이 가는 길, 오세훈이 가는 길'을 써서 야권의 지리멸렬함을 개탄한 사람이다.
어제 정동영이 출마 선언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과거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열린우리당의 대통령 후보 시절의 인기를 다시 맛보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기존 정당에 실망하여 신당이 출현하기를 바라는 국민모임 지지자들의 성원의 깊이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도 좋고, 세월호 아픔을 치유하는 것도 좋다. 야권 진영의 지지자라면 그런 대의명분에 반대할 사람 아무도 없다. 제1야당의 지도부가 그 아픔, 그 절규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 뜻대로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보수화된 작금의 상황에서 그것을 실현하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 주장이란 결국 이익 배분에 관한 문제이고, 진보적 담론의 실현은 기득권 세력의 이익을 쪼개어 가져와야 가능한데, 소수의 정치 세력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서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적인 힘은 다수 국민의 결집된 의사로 나타난다. 가장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되고,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힘을 갖추려면 단결하는 것 말고 방도가 없다. 그러는 것이 노동자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세월호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길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제1당인 여당이든, 제1야당인 새정련이든 우리 사회의 모든 담론을 담아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을 것이다. 또, 새정련 지도부의 리더십이 여로 모로 성에 안 찰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1석도 확보하지 못한 진보신당 창당 추진위가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국정원의 지령을 받고 제1야당 시해의 자객으로 나서는 꼴밖에 안 된다. 그나마 있는 130석의 정당을 교체하겠다는 주장도 무모하지만, 그 130석의 정당을 산산조각 내어서 다시 130석의 야당을 건설할 수 있으리라 보는가? 이는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이고 당랑거철의 무모함이다. 국민모임을 추진하는 분들이 새누리당의 일당독재가 지속하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 분열 행각을 멈추어야 한다. 지금은 정의당, 노동당, 구 통합진보당 출신의 정치인도 교조적인 진보담론을 가슴에 담아 두고, 합심 단합하여 정권 교체에 진력할 때이다.
요즘 언론에서 국민모임을 많이 다루어 분위기 좋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언론에서 그러는 것은 신당 창당의 취지에 공감해서가 아니라 야권 분열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마치 사건 사고가 터지면 사회면에 대서특필되는 것과 유사하다.
가족이나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어떤 길을 선택하였는데, 막상 그 길에 들어서니까 영 아니라고 직감하는 경우가 있다. 정동영의 출마 선언이 바로 그 짝이 아닐까 싶다. 정동영은, 호기롭게 출마 선언하고 하룻밤을 보낸 오늘,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가?
정동영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지금 예비후보 등록한 것도 아니고, 후보 등록을 정식으로 한 것도 아니다. 1월부터 보궐선거에 안 나가겠다고 줄곧 말해 오다가 그 입장을 바꾸는 재주가 있는 분이니까 얼마든지 불출마로 입장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후보에서 사퇴하라! 깨달았다면 빨리 실행할수록 불필요한 싸움을 줄이는 길이다.
ps. 저는 진영 내의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파의 입장에서 같은 진영의 다른 정파를 공격하는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지 않아 항상 중립을 지켜 침묵하자는 입장입니다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이런 글을 몇 편 올리게 되었습니다. 널리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