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동네에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신 여성분이 한분 계셨었어요. 연세는 얼마나 드셨는지 알수없이 뽀얀얼굴에 주근깨 솔솔 있으시고, 짧은 커트머리에 통통한 체격, 항상 동심의 세상에 사셨죠. 늘 어린아이들 노는데 같히 노시고 귀여운 미키마우스 옷에 머리띠 하시구.
그분집이 무당집이예요. 어머니께서 무당이신데 친딸이 아니시래요.
어느날, 대문에 아기가 이불에 쌓여져 있었고 데리고 품었던 인연이 여기까지였데요. 그렇게 어찌저찌 식구가 되셨는데 그뒤부터 그 무당집에 손님이 늘었다나 뭐라나 동네에 뜬소문은 그랬어요. 손님들 오면 순박한 미소로 이야기 나누고 그랬다고, 그래서 밥값은 하려나 보다 하고 같히 살았데요.
왜 아이들이 다 착하지 안잖아요. 영악한 애들이 꽤 있었는데 그분에게 도둑질 시키면 아무것도 모르고 하다가 그분 어머니한테 걸려서 매질도 당하시고 그랬어요. 그래도 그분은 애들 노는데 뛰어들어 항상 함께 하려했죠. 그분에겐 아이들이 친구잖아요. 늘 아이들이 있고 그분이 있는 장소가 있어요. 놀이터 근처와 아파트단지.
전 나이가 들어서 사회생활에 지치면 과거의 기억이 있는 장소에 가서 그네도 타고 산책하는걸 좋아해요.
어느날 그길을 걷는데, 그분을 만났어요.
제 기억의 그분은 항상 어른의 모습을 한, 어느 유년시간 속 어린이었어요. 세월이 그 여인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내려 앉았지만, 그녀는 여전했어요.
웃을때, 벌어진 앞니가 보이고 통통한 볼이 올라가 눈 주름을 만들어 보이는 그 순박한 미소가 말이죠.
장소는 너무 변해버려 어리시절의 흔적은 사실 별로없어요. 굽이굽이 맴돌던 골목도, 집도,슈퍼도,노인정도, 미친개도, 집뒤의 아카시아 나무도요. 이젠 거긴 없어요. 제 머릿속에 있고 그려질 뿐이죠. 그런데 그녀가 거기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