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선생님의 계림수필이라는 도서가 있습니다. 그분의 저술들 중 논문성격이 아닌 책은 참 희귀하죠. 여기서는 그의 날카로운 논리가 아닌 인생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중 종게에 어울릴 만한 대목을 발견해서 한번 옮겨봅니다. - ...남의 인생에 관심을 갖는 사람, 그러면서 친절과 호의를 베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대부분 정신병자들이다. 타인의 인생은 그 본인의 도움의 요청이 있을 때 한하여 진지한 관심이 요구되는 것이다. 평소에 멀쩡하게 살고있는 사람들에게 필요없는 관심을 표명하는 것은 죄악이다. 특히 '인간은 구원되어야 할 존재'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잘못된 사람들이다. 그러한 생각을 가진 성직자야말로 구원의 대상이다. 인간은 구원의 대상이 아니다. 인간은 오직 스스로의 규율에 따라 살아갈 뿐이다. 인간은 구원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주체이다. 구원의 열정에 빠진 사람들은 암암리 타인의 불행을 희구한다. 행복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아량이 없으며 무엇인가 불행의 씨앗을 찾아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바라본다. 그래서 한꼬투리라도 발견하면 구원의 친절을 베풀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런 사람들은 진정으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자들에게는 도움을 주지 않는다. 행복하고 유복한 자들을 파멸시킴으로써 자기존재의 우위를 확인하고 스스로 즐거워한다. 이것이 대개 모든 종교의 본질이다. 구원의 기쁨이란 저주의 기쁨이요 마녀의 희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