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 시간쯤 있었나 이제 항생제 다 맞고 퇴원하면 되는데 들어올 때부터 많이 울던 아기가 있었어요.
기저귀 하나만 입히고 다 벗긴 채로 아가 열 내리길 기다리늠 것 같았는데, 저도 어릴 때 그랬거든요. 열이 너무 높아서 응급실 가서 옷도 다 벗기고... 전통(?)인지 열이 한번 나면 고열로 나요. 그래서 애기한테 더 마음이 많이 쓰였어요.
아기가 계속 너무 힘들어하면서 우니까 마음도 더 아프고 걱정도 되고.. 아기 안고 어르는 부모님 마음은 어떨지 가늠도 안 되고.. 대신 아파주지도 못해서 속이 썩을 거처럼.. 애기가 많이 울고 아파했어요. 내내 걱정하고 애기도 얼른 열 내렸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겨우 좀 쉬고 있는데,
그 옆옆 침상 환자 보호자분께서
"저 애기는 이제는 목이 더 아프겠네." 라고 농을 하셨어요.
저도 모르게 담요 아래서 피식 하고 웃었는데 그 소리 뒤로 다들 피식피식 하다가 깔깔 했거든요.
아파도 이런 경험 하게 되어서 다행이고 좋다.. 라는 생각 했어요. 응급실 무섭고 주사바늘 굵은 거 아프고 고통스럽고 내 피 자꾸 빼가고 ㅠㅜ 암튼.. 힘든 곳이지만 그 안에서도 힘듦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사랑이 있어서 참 감사했어요. 가시는데 인사도 못하고 해서 서운한 밤이지만... 받은 만큼 저도 또 세상에 더 따뜻하게 사랑 돌려주고 잘 살아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어요.
얼마나 제정신이 아니었으면 약국 가서 자꾸 체중계 있냐고 물어봤나 싶네요.. 체온계라고 해야 하는데 자꾸 체중계 있냐고 하니 약사님 어리둥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