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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웃는데요.
게시물ID : today_584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면암
추천 : 8
조회수 : 1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9/03 03:29:03
한번도 제대로 웃은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누군가는 말하죠.
'웃는 상이라 좋다' '밝게 사는 것 같다' 

그런데요..
요즘 많이 웃다보니, 웃어도 기쁘지 않아요.
그냥... 일상 같은?
어떤 고양감도 없구요. 그냥 평이해요.
웃는데... 평이해요. 
그래서 어떤 개그를 봐도 정색하며 볼 수 있어요.
썰렁 개그에도 잘 웃는 제가 말이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요즘 TV 음악방송 속 아이돌의 해맑은 미소가 슬퍼보여요.
분명 가장 밝은 미소일 텐데, 서글퍼요.
가끔 예능 볼 때, 웃고 있는 연예인을 볼 때면 하품하는 척 하면서 눈물 흘린 적도 있어요.
비행기 탈 때 친절하게 웃음 짓는 승무원들께 일부러 더 밝게 마주 인사하며 속으로 연민하기도 했구요.
오히려 무표정한 승무원이 더 편하게 느껴졌어요..

저는 사람들한테 이렇게 말해요.
웃는 연습하지 말라고...
오히려 즐거울 때만 웃으라고...
좋은 인상 남기려고, 또는 괴로워도 슬퍼도 화나도 애써 숨기려고 웃지 말라고.
네가 그러면 삶에서 웃고 있을 때는 많지만, 그만큼 진심으로 즐거울 때는 줄어들 거라고 말이지요.
저만 그런 걸 수도 있는데요. 저는 지금 그래요.
자유자재로 웃을 수 있어요.
그래서 즐거워도 즐겁지 않고요. 슬퍼도 슬프지 않아요.
슬픔과 분노가 옅어진 만큼 즐거움과 기쁨도 함께 사라졌어요.
심지어 '무표정함'이란 감정은 아예 잊혀진 것 같아요...
너무나 혼란스러워요.
감정이... 감정 같지가 않아요. 가면 같아요.
웃을 때도 무감각하고요. 정색할 때도 무감각하고요. 
잔잔하다 못해 소름끼치도록 평평해요.
감정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가족에게, 친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해요.
즐거울 땐 웃고, 슬플 땐 울고, 짜증날 땐 화내고, 정색하고 싶을 땐 그러라고.
그게 정말 좋은 거라고...
가면을 쓰다가 네 본 얼굴을 잊어버릴 수 있다고... 

(나처럼...)
이 말은 한번도 한 적 없지만, 제 마음 속에서 읊조리는 말입니다.

우울함을 숨기고, 줄이려고 계속 미소 지었어요.
그리고 상당 부분 성공을 거뒀지요.
그 누구도 저와 '우울'을 연관 짓는 사람이 없구요.
제 자신의 우울함도 많이 가셨어요.
그런데 역설적이게도요.
그만큼 다른 제 감정들도 다 잊혀졌어요.
유일하게 진정으로 느낄 수 있는 건 '우울함' 뿐이더군요..
그래서 재밌게도 우울하면, '우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해요.
또... 눈물이 마음에서 흐른다는 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웃음은 내 의지로 지을 수 있지만, 눈물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렇기에 눈물이 나면 절대 참지 않고, 주르륵 흘려보내요. 너무나 소중하거든요.

음... 어떻게 마무리할지 모르겠어요. ㅎㅎ

잘 웃는 사람으로써 말하고 싶은 건요.
지금 솟구치는 감정 억누르려고 다른 감정 덧씌우지 마셔요...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게 관리만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나의 감정만 억누르는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면 감정 '전체'가 희미해지더군요...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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