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하네요. 이러니까 개독교 소리를 듣지." 1월 19일, 인터넷커뮤니티에 올라온 하소연 글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일요일 교회 차량 주차와 관련한 교회 인근 주민과의 갈등은 인터넷에서는 오래된 '떡밥'이다. 글을 올린 이는 교회 인근 빌라촌에 사는 주민이다. 교회 바로 앞에는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시행되고 있었다. 일요일, 지정주차 구역에 차를 몰고 온 이 주민은 자신의 주차구역에 정차되어 있는 교회 신도의 차를 발견했다. 등록되어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답이 없자, 화가 난 주민은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견인해 가도록 했다. 사단이 벌어진 것은 그 다음.
1월 19일 논란을 빚었던 동작구 상도동 모교회앞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에 주차되어 있는 차들. 글을 올린 누리꾼이 개재한 사진이다. | 보배드림견인당한 교회 신도와 장로가 이 주민에게 항의했다. 견인까지 한 것은 심한 일이 아니냐는 것이다. 교회 장로는 그에게 자신이 구 체육회 이사이며, "민원을 넣어 지정주차구역을 없애버릴 수도 있다. 당신 때문에 다른 동네 주민도 불편해지게 될지 모른다"고 발언했다. 이 누리꾼이 올린 글은 그 장로와의 대화내용. '협박'을 받았다고 생각한 그가 전화내용을 녹취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호소하는 글이었다.
보통 이런 민원성 게시글은 자신에게 유리한 대목을 중심으로 올리게 마련이다. 한쪽의 말만 믿을 일은 아니다. 글에서는 지워졌지만 약간의 단서로 논란의 발언을 한 장로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그런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일까.
"교회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어요. 교회에서는 거기가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니 대지 말라고 이야기하는데 예배시간에 임박해 늦은 노인들이 거기에 대는 것까지는…. 지금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까 저도 당황스럽고요."
녹취록에 등장한 이모 장로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원래 주택가 좁은 길이라 주차난이 심해, 인근의 아파트와 계약을 맺어 그 아파트에 주차하도록 되어 있는데 일부 신도가 그것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고 했다. 거주자 우선 지정주차를 취소하도록 민원을 넣겠다고 발언한 것도 사실이다. "체육회 이사를 맡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구청 공무원은 아니고, 자영업자예요. 불편하면 누구나 민원을 넣을 수 있지 않습니까."
확인해보니 민원을 넣는다고 거주자 우선주차구역이 해제될 것같진 않아 보인다. 구청 관계자는 "주차난이 심한 판국에 애초에 없는데 지정해달라면 모르되, 있는 것을 없애라고 하면 기존에 사용하는 사람이 과연 가만히 있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이모 장로는 "수요일(1월 21일) 예배 때 교회로 찾아오면 만나서 사과할 것은 하겠다고 했고, 알겠다고 그쪽에서 답해 좋게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결국 글을 올린 사람이 오지 않았다"며 "주위에서 부추기는 사람이 있어 입장을 바꾼 건 아닌가 하는 서운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글쎄다. 애당초 교회에서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쪽에도 주차질서 요원을 둬서 세우지 못하게 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사건이다. 이후 '구청민원으로 지정 취소' 발언으로 사태를 악화시킨 것도 교회 쪽 책임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