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물 속에 잠겨있는 세월호 진상규명 그래서 우리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자, 우리가 반드시 침몰시키겠습니다.
- 세월호 속에 아직 사람이 있다!! 진실을 인양하라!!-
'자식을 잃은 부모는 눈을 감는다' 합니다. '자식과 함께 죽었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는 표정이 없다' 합니다. '자식을 가슴 속 깊이 묻어두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416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그 부모의 감긴 눈에 흐르는 피눈물을 봅니다.
그 부모의 굳은 표정에, 잘려나가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한'이 실려 있음을 봅니다. 기다림에 응어리진 서러움, 복받친 분노도 함께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가만히 있어라'를 철썩 같이 믿고, 살아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기다리던 이들과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주문처럼 되뇌던 이들을 기억하면서 산 자의 몫을 다시 생각합니다.
우리는 416 그날, 발목에서 무릎으로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친구를, 선생님을, 그리고 제자를 먼저 걱정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사랑해요'를 잊지 않던 이들을 수장시킨 국가를 보았습니다. 7시간 동안이나 국민 생명을 아랑곳하지 않은 대통령의 후안무치, 참사를 보고 받은 국정원과 청와대를 비롯한 아른바 '콘트롤 타워'가 '골든 타임'에 구조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무책임과 무능력을 보았습니다. 세월호에는 오로지 '자본 배불리기'만을 위한 박근혜 정권의 비정규직 확대 정책, 규제완화 정책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그로 인해 살기 위해 죽어야했던 이들이 함께 있음도 보았습니다.
우리는 희생된 이들이 살아올 것을 고대하며 416 그날 이후는 이전과 달라져야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가 더는 불안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때론 노란 종이배를 접으며 유가족의 슬픔과 분노에 함께 했고, 두 손에 꼭 감아 쥔 촛불이 사그러질까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행여 그날을 잊을까 노심초사하며 헤져가는 리본의 끈을 새로 묶고 또 묶었습니다. 팽목항을 향해 걸으며 희생된 이들이 우리임을 새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벽을 넘어 하늘 높이 날고 싶다'던 '거위의 꿈'은 이미 입시 경쟁 터로 굳어진 교실에 갇히고, 인권마저 멈추는 하늘 높은 담장이 된 교문을 넘지 못한 채 여전히 세월호에 갇혀 있습니다.
그날의 진실은 아직까지 세월호에 있고, 아이들이 더는 불안한 사회에 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세상을 향해 외치는 유가족의 호소 또한 세월호와 함께 있습니다. 청년은 끝도 모를 경쟁으로 내몰려 진로와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불확실한 미래에 전전긍긍하고, 그들의 미래가 될 노동자는 저임금과 차별,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은 노동자를 고공과 굴뚝으로 내몰고, 청년은 해외로 나가라고 합니다. 노인 빈곤율 OECD 국가 중 1위, 그에 따른 자살율이 OECD 최고임에도 국민의 안전과 복지에 대한 국가 책임은 아예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장그래'의 정규직 꿈은 점점 멀어지기만 합니다. 우리는 오늘 여전히 '현재'를 살고 있는 이들과 희생된 이들이 세월호에 함께 있음을 봅니다.
제 국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는 요구가 묵살 당하는 국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부모가 삭발해야 하는 국가, 삭발한 부모가 자식 영정을 품에 안고 거리로 나서게 만드는 국가, 이게 국가입니까. 국가라면 누구를 위한 국가입니까. 또한 자식의 죽음 앞에 돈을 흔들어대며 부모에게 치욕을 안겨주려는 철면피한 정권, 진실만은 반드시 밝혀야 하겠기에 견뎌야 했던 온갖 고난과 고통, 돼먹지 못한 이들에게 당한 어이없는 수모, 새누리당과 새정연의 기만스런 야합까지 견뎌내며 만든 반쪽 '세월호특별법'조차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려는 정권, 아직 사람이 배안에 있고, 416 그날의 진실이 세월호에 온전히 담겨있음에도 인양을 돈으로 셈하는 정권, 세월호의 즉각적 인양과 그에 따른 진실 규명,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묵살하고, 인양을 한다고 하면서 한쪽으로는 인양비용만 언론에 흘리는 정권, 도대체 이게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정권입니까?
그동안 우리는 '진실은 결코 침몰할 수 없다'며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그리고 416 그날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며 유가족은 물론 슬픔과 분노를 함께한 많은 사람들과 연대하고, 행동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약속, 행동과 달리 416 세월호 참사 전과 후는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광화문에서, 그리고 안산에서 다시 광화문에 이르는 거리에서 외치는 유가족의 '도와 달라'는 절규와 '부끄러운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는 분노에 찬 결의가 바로 우리에게 향한 것임을 직시합니다. 이에,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내면의 속박을 벗어던지고 '진실 인양'을 위해 또다시 나섭니다. 유가족과 희생된 이들이 우리와 함께 있음을 기억하고, 희생된 이들이 다시 살아올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섭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폐기하라!! 세월호를 즉시 인양하라!! 죽음 앞에 돈 흔드는 모욕을 중단하라!! 박근혜 정권 퇴진하라! 진실을 침몰시키려는 자, 이제 우리가 침몰시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