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해는 입술을 꾹 깨물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앓는 소리가 나올 것 같았지만, 이자 앞에서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가는 분명 괴롭힘을 받을 것 같았다. 몸을 움찔 움찔 떨며 감각을 참자, 로키가 웃었다. "이번에는 잘 참는군." 그는 손에 든 붓을 미끄러트려 다시 한 번 탈해의 몸에 선을 그었다. 붓은 색이 조금 옅은 편인 유두를 지나 반대쪽 가슴에 닿았다. 로키가 붓을 잠시 떼고 다른 색의 물감을 붓에 묻힐 동안, 탈해는 틀어막았던 입을 열고 푸핫- 하며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붓이 몸에 닿는다. "으앗...! 자, 잠시만...!" 움찔거리며 몸을 뒤틀다 그만 붓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붉은 물감이 묻은 붓이 삐끗 엇나가 추상화같은 무늬를 그리는 것을 내려다 본 탈해는 낭패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렇게 그림을 망쳐 다시 그린 것이 이걸로 벌써 세번째였다. 거참 벌칙 한 번 받기 힘드네. 탈해는 눈을 슬쩍 돌렸다. "이걸로 벌써 세번째인가... 참 참을성이 없는 몸이다, 그렇지? 탈해." 로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림을 세 번이나 망쳤으니 화가 날 법도 한데, 그의 목소리는 꽤나 즐거워 하는 듯 가벼웠다. 탈해는 입술을 우물우물 씹다가 "그러니까.. 싫다고 말 했잖아. 난 이런거 잘 못 참는다고." 그래도, 저기, 미안해. 하고 덧붙이자, 로키는 웃었다.
그림은 다섯번 째에나 완성되었다. 동백꽃과 까치 그림이었다. 눈이 내리는 겨울의.
까치와 동백이라는 그림을 보았습니다. 까치가 매우 귀여웠습니다. 아무 이유 없지만 몸에 그림 그리는게 보고싶었습니다...: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