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갤에서 살고 있어요.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인터넷에서 기사만 뒤적이고..... 제 남자친구가 해군이 아니었더라면, 그냥 안 됐다 하며 다른 사람들처럼 왜 개콘 안 하냐 하고 있었겠지요....

사고 소식을 들은 이후로 계속 가슴이 뛰고 터질 거 같이 아프네요. 처음엔 그저 내 남자친구가 저곳에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서 돌아버릴 거 같았지만.. 아닌 것을 확인하고도 잠시도 관심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자신들이 원해서 그만한 대접받으며 그만한 혜택과 연봉으로 군생활을 하던 장교들.. 그래요, 그들이 살아난 것도 다행이죠. 하지만 대한민국 남자로 태어난 것이 죄라서.. 그 죄로 군대를 가고 그 중에 해군을 하고 그래서 애들 용돈만도 못한 월급으로도 가장 힘든 일을 아무소리 못하고 해내던 장병들이.. 저 깜깜한 바다속에서 살아서든 그렇지 않든 외로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장교들이, 함장이, 이 정부가, 대한민국이 밉네요.....

가족들 마음을 생각하면 이렇게 댓글이나 적고 다니는 제가 밉습니다. 아무것도 못하고, 백령도로 달려가 함께 울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사람들의 관심이 크지 않아서 야속해요... 유머사이트에서 이런 걸 바라는 것이 우스울지 몰라도 자주 오던 곳이기에... 마냥 야속해요.. 이 아픔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들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 슬픔을 나누고 그 바람을 나눠서... 제발 단 한 명이라도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정말 진심을 다해 바랍니다..

보통 같았으면.. 여기 다른 분들처럼.. 이렇게 유머글을 보고 웃고 친구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시간을 갖고, 가족들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었을 그들인데.... 얼마나 외로울까 얼마나 두려울까..... 제발 제발... 그분들이 다만 영혼이라도 가족품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어느 쪽에서라도 이 일에 대해 책임이 있는 자는 그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고, 은폐하려는 자 역시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거에요.. 아..... 정말 싫네요... 뉴스만이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소식이라 귀기울이고 있지만, 믿을 수만은 없다는 사실이 정말 싫네요.

엊그제만해도 아무런 생각도 없이, 오유 고백란 글을 보고 때론 공감하고 때론 도움이 되고자 댓글도 적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에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아요.

가끔씩 게시판을 보면 '이 글 좀 보고 도와주세요'하는 게시물들을 봤습니다. 어느 때는 몇 년도 더 지난 억울한 사연을 올리는 분들도 있었고, 저로서는 이해 안 되는 글을 올리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잘 읽지도 않았고 읽더라도 그냥 안타깝구나 하고 넘겼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이렇게 글을 올리며.. 다 함께 염려하고 기원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마음 속에선 불이 납니다.. 다 원망하고 싶어요. 
지하 벙커에서 군대 면제자들이 모여 느긋한 얼굴로 회의랍시고 떠들고 있는 그림도 원망스럽고,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언론도 원망스럽고, 수색작업을 막아서는 날씨와 앞을 가리는 서해 바닷물도 원망스럽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원망을 다 뒤로 밀어놓고 정말 실종된 장병들이 갈 곳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모두 기원해주세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그저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올리는 글일 뿐이지만... 그래도 함께 바라주세요... 

재난 영화를 보고 웁니다. 주인공과 일체가 되어 너무나 안타까워하죠....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질 못했네요..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아야할 내가, 그리고 우리가 그러질 못했어요. 그게 너무나 죄송해서.. 이렇게라도 해요. 제발 진심을 다해서 수색이 순조롭도록 하늘이 돕기를, 천운이 닿아 단 한 명이라도 생존하기를, 그렇지 않더라면 그 애틋한 영혼이라도 사랑하는 사람들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