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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굉장했던 전여친 썰
게시물ID : love_58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곶통
추천 : 18
조회수 : 46954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6/07/05 02:21:24
애인 없이 산 지가 얼마나 오렌지... 집에 오렌지는 커녕 과일이 아무것도 없으므로 음슴체



이제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서 써봄

작성자는 군 전역후 갓 복학한 상태였고, 그 친구는 신입생이었음. 딱 네 살 차이.

이 친구가 개강 전 오티 때부터 좀 자기중심적인 발언을 해서

주변사람들이 안좋게 보고 있었음.

뭐, 작성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평가질에 흔들리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있음

그건 참 좋은 생각이지만, 이경우를 비춰보면 아니었음...


무튼 이 친구가 입학하자마자 CC를 했다가 며칠만에 헤어졌다 함

신입생 복학생 대면식이니 뭐니 해서 서로 연락처가 있어서

이런저런 상담 같은 걸 해주기 시작함.

한 번은 나 혼자 사는 자취방에 놀러옴. 얘는 겁도 없나...? 혼란스럽긴 했음.

그럭저럭 썸으로 발전.

한 번은 동기들이랑 술먹다가 기숙사 문이 잠겨서 못 들어간다고

재워달라는 거임

??????

내가 군대에 간 사이에 세상의 상식이라든지 이런 게 많이 교정됐나보네, 싶었음

구태여 재워달라고 떼를 써서 일단 안으로 들임. 근데 단칸방임;;

결국 술 좀 된 얘를 이불에 재우고 작성자는 컴터 책상 의자에 적당히 앉아서 잠.

다음날 그 꼬라지 보더니 내심 감동하는 눈치...?

음...

썸의 스노우볼이 점점 커지다가 내가 고백. 그렇게 사귀기 시작.



이 친구는 학창시절에 팬픽에 홀딱 빠져있었다고 함. 교우관계에 좀 차질이 있어서... 그래서 팬픽에 더 빠졌다고 했음.

팬픽이라길래 그냥 정말 말 그대로 팬픽인 줄 알았는데

핵명작이라고 강추한다고 내 컴에 투척하고 간 파일 보니까

아주아주 수위가 높은 여성향 야설이었음.

남자 아이돌들끼리 굉장히 굉장한 굉장굉장을 주고받는 그런 굉장한...

무튼

이 친구랑은 이상하게 진도가 너무 빠름. 사귄 지 몇 주 안 되어서 사랑을 나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어느날 동기가 날 부름


"너 여자친구가 너랑 있었던 일 주변에 얘기하고 다니는 거 암?"


??모름


"너무 과한 얘기까지 하는 것 같던데,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잘 알려줘야 함"


어...ㅇㅇㅇ

그래서 좋게좋게 말함. 우리 둘이 겪은 소중소중한 일은 우리 둘만 간직하자.

흔쾌히 ㅇㅋ함. 그래서 그걸로 끝난 줄 알았음

그 이후로... 총 사귄 기간이 반 년 남짓인데

팬픽을 통해 배웠으리라 짐작되는

다종다양하고 버라이어티한 사랑 나눔을 시도함. 약간 버겁긴 해도 다 받아냈음. 가끔은 내가 생체 딜ㄷ... 그러니까... 살아 있는 인간형 성인용 장난감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음. 이 친구가 직접 비슷한 얘기를 하기도 함.

하지만 사랑을 나누는 건 좋은 일이잖음? 그래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음.

그런 탓에

그 모든 이야기가 이 친구의 동기들과 주변 인물들의 입을 통해 과 안의 지하 네트워크에서 실시간 생중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음... (멍텅구리 인증)



그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피임기구 없이, 끝까지 사랑을 나누자는 거임

????? 당연히 반대함. 그런데 계속 조름. 조르고 삐지고 조르고.

그래서 아예 각을 잡고

만약 아이가 생기면 대학 생활 정리하고 취업을 하자. 큰 돈을 벌긴 어려워도 두 사람이 서로 사랑만 있다면(뭐?)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뭐?)

어차피 고등학생 때부터 좀 험한 공장에서 일을 해 본 탓에, 무슨 힘든 일이라도 나는 다 해낼 수 있다는 그런 근자감이 있었음

게다가 갓전역한 복학생임. 남자가 다단계에 빠지기 가장 쉬운 시기라는, 바로 그 시기!

그런저런 생각으로 한 번... 저지름.

조상님께서 도우셨는지... 지금 생각하면 참 아찔하지만. 별 일 없었음.



서로 돈없는 학생 신분이니만큼 용돈을 쪼개 데이트를 했는데

이 친구도 자기 돈을 써서 데이트 비용에 보탬. 비율로 보자면 7:3 정도? 물론 내가 더 많이 냈지만, 가끔은 6:4 정도일 때도 있었음

참 기특한거임

이전에 했던 연애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데이트 비용을 전부 내가 냈었음

그래서 이쁘다 이쁘다 칭찬함.


"네가 날 먹여 살리는구나"

"너 없었으면 나 정말 어떡할 뻔 했니ㅎㅎ"


그리고

그 얘기가 전부 '작성자는 순진한 신입생 꼬셔서 자빠트리더니, 아예 지갑까지 탈탈 털어먹는다!'라는 내용으로 변환/강화/타락해서 과 내의 뒷담화 네트워크에 또 깨알같이 퍼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그로부터 2년 후에야 알게 됨... (모질이)

그리고 방학이 찾아옴.

작성자는 원래 그랬듯 여름방학 내내 아르바이트 함.

난 우리가 참 예쁘게, 서로 잘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하지만 그게 아니였떤 것이다

알바의 나날 중에, 갑자기 자기 알몸 사진이랑 영상을 다 지워달라는 거임

음... 이 친구가 나한테 그런 사진과 영상을 보내곤 했음. 자기 몸을 이렇게 저렇게 어루만지는 거라든지. 각양각색의.

난 그런 패티쉬즘적 취향은 아니지만, 연인의 취향을 존중하기에 잠자코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받아줬었는데

암튼 지워달래서. 싹 지움.

그리고 얼마 안 가서 이별을 통고받음. 헿.


알고 보니 이 친구의 동기생 중에 비슷한 걸 했다가 인터넷으로 유출이 되는 바람에... 큰 사단이 난 적이 있는 것 같음

암튼

이별 통고 방식은 카톡이었는데

난데없이 "오빠 우리 그만 만나요"

아니...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제가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 오빠를 사랑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동정심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저 아직 스무살이고... 솔직히 오빠보다 키 크고 잘생긴 남자랑 연애도 더 해보고 싶어요"

"근데 저 좀 있으면 생일인데 생일선물 겸 이별선물로 작은 가방 하나 사주면 안되요? 지금까지 그런 거 한 번도 선물해준 적 없잖아요"


삼연타

이게... 참...

남이 쓴 이런 글을 만약 내가 읽었으면

허, 이 짜식 이거 온라임으로 여성혐오를 조장하려는 흔한 컨셉러 주작러잖아. 그딴 저급한 어그로에 걸려들 것 같냐... 싶었을 얘기지만

정말로 저렇게 얘기함.

그래서 저 마지막 말은 그냥 쓰지 말까 고민 많이 함.

평상시에 가방이니 뭐 명품이니 이런 얘기를 한 번이라도 했냐면, 그것도 아니었기 때문.

애초에 그런 거에 관심을 갖는 친구도 아니었고...

하지만 이 친구를 이해해보려면 필요한 부분인 것 같아서 결국 넣었음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남친이면 뭐 멋진 선물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하는 주변 친구들 얘기에 동화되었던 것 같음.

타인이 그게 맞다고 얘기하면, '그게 정말 맞는다보다' 하고 생각하는 편이었던 것 같음

데이트 비용 얘기도

내가 계속 "네가 완전히 나를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구나, 고마웡!" 이라는 식으로 칭찬을 해서

우왕 그런가부당. 하고 확 그냥 믿어버린 것 같음

음...

그리고 원래 자기 외모에 콤플렉스를 좀 가지고 있던 친구였는데

내가 마르고 닳도록 넌 참 예뻐, 여기도 예쁘고 여기도 예뻐, 참 예뻐, 하고 얘기해줬더니

아 그런가보다... 에서

내가 이렇게 예쁜데 왜 이런 볼품없는 남자랑 아직도 사귀고 있지?

하는 쪽으로 생각이 전개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렇게 확실하게 극딜을 넣어주니까

손발에 힘이 탁 풀리면서

뭐 붙잡을 생각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 하고 마음을 딱 놔버리게 됨

지금에사 생각해 보면. 아예 여지를 남기지 않는. 칼로 잘라버리듯 하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이별 선고라... 오히려 다행이었을수도


현타가

몰아침


아 나는 이 사람에게 진심이었는데

이 사람은 아니었구나


그게 정말 간결하게 느껴짐.

그동안 내가 눈 감고 귀 닫고.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은 전혀 듣지 않고. 나 혼자만의 연애를 하고 있었구나.

하지만 연애는 사랑을 서로 나눈다는 뜻인데. 우린 결국 아무것도 나누지 않았으니. 이걸 대체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짝사랑이었을까.

한 학기 내내 허깨비에게 홀려 있던 기분.

자기 꼬리를 쫓아 빙글빙글 도는 개가 된 기분.

하.


아, 그리고 2년쯤 지나서

그 친구랑 동기인 여자애 하나가 와서 "오빠 사실 저 오빠 완전 개쓰레긴 줄 알았던 거, 알아요?"

하면서 좔좔 얘기해줌. 오빠 소문 진짜 진짜 정말 안좋았다고.

그 친구도 별로 소문 안좋은데, 걔랑 어울리는 사람이라 1차적으로 나가린데, 거기다가 안 좋은 얘기가 계속 계속 쌓이니까

진짜 개쓰레기인 줄 알았다고

그런데 막상 알고 보니까 괜찮은 인간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고

하는데

웃는 낯으로 듣긴 했는데 속으론 참... 하...



일단 그 이후로 연애를 안하고 있음 (못하고 있음)

딱히 그게 이유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기회가 딱히 없었음. 중간중간 썸만 몇 번 타보고.

암튼

그런 얘기임... 내가 이 얘기를 왜 쓰고 있었더라? 중간에 냥이가 칭얼거려서 쓰담쓰담하고 왔더니 잊어버렸음

어어. 그 친구 처음엔 참 원망도 하고 미워도 했는데. 이제는 그냥 어딜 가서든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싶음.

아 그래. '완전체'라는 말이 있던데. 이 친구가 그런 거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함. 기본적인 공감능력이 좀 부족한 것도 같고...

나도 공감능력이 좀 부족한 편임. 그래서 눈치가 없다는 얘기를 간혹 들음.

눈치 생기게 하려고 부단히 눈치를 보며 살긴 하는데. 쉽지만은 않음.


공감하고 욕해달라는 얘길 하려고 이 글을 쓴 건 아님. 욕은 되도록 안 해 주셧으면 좋겠음미당. 한 시절. 많이 좋아했으니께니요.

세상엔 참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종다양한 연애가 있는 것 같음.

하여간. 어디서든 잘 살고 있길 바람! 행복하게!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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