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있던 일이에요. 아빠가 대리운전 하신단 말을 들었어요. 제가 게임 하느라 이어폰을 한쪽만 꼈는데 양쪽 모두 껸 걸로 아셨나봐요. 모른 척하고 다른 한쪽도 꽂았어요. 별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아빠랑 따로 사는데(형편이 어려워서 엄마랑 전 시골에 있고 아빠는 고시원에 계세요. 살던 전세로 내놨고.) 엄마는 모르시는 거 같아요.
다 제치고 정말 죄송해요. 제가 쓸데없이 고집 부린 것 같아요. 전학하고 적응 못 해서 은따 당하다 자퇴했는데 전국에서 모집하는 게 아니면 다시 그 얘들을 만날 수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찾은 게 예고였어요. 형편 넉넉치 않은 거 알면서도 절박해서 지원했어요. 부모님께 말했더니 네 역량만큼 하고 싶은 거 하라 하셨어요. 아빠는 그 놈의 돈 때문에 연대 못 가시고 훨씬 낮은 대학 가셨던지라 돈은 절대 신경쓰지 말라셨고요. 주위에서도 너 그럴 줄 알았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게 실력 테스트 한다 생각하자, 하고 시험 봤더니 붙었어요. 네, 붙었어요. 그런데 등록금이 200. 원래 목표하던 자사고보단 적은데 그건 그저 이상의 목표였고 예고는 현실이었어요.
우울증 정말 다 나아서 멀쩡하게 있는데 또 이런 제가 싫고 그러네요. 가족 일인데 왜 이렇게 멀쩡한 거지 싶어요. 자신의 내적인 일엔 그렇게 심각하면서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