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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동사무소는 스물 네 살
게시물ID : readers_83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유도왕
추천 : 1
조회수 : 4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7/22 16:07:19
본 시는 김승일 - 거제도는 여섯살을 패러디 한 것입니다.


동사무소는 스물네살







윤영인





우리는 뒤에서 지켜본다. 그 애의 말년이 그 애를 민원대로 돌리는 일을.
장난을 좋아하는 그 애의 말년은. 우리들의 선임, 우리들의 악마, 그리고 우리 공익이로군.
그가 우리들을 데리러 오네. 형, 어서 데리러 와요. 우리를 어서 태우고. 어서 저 애를 도와주러 가요.

그 애의 마음은 잠시 친절하게 등본을 때고, 또 잠시 불친절하면서. 제 선임들을 생각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조금만 기다려. 네 말년은 네가 자꾸 게으름피워서 잠깐 민원대에 던진 거란다. 그 애가 하루 종일 게으름피웠으므로. 우리들은 조금씩 통쾌해진다.

우리가 켠 에어컨 범위가 그 애와 가까워지고. 그 애는 선풍기 쪽으로 간신히 머리를 내밀고 있다. 가엾은 우리 공익막내. 네 선임이 참 짓궂구나. 그렇지?
자 이제 에어컨을 쐬렴. 비산3동 인근의 작은 동사무소에서 근무를 계속 즐기자꾸나.

하지만 그 애는 여전히 민원대에 있다. 자신을 도와주려는 선임의 손을 밀쳐내면서.
부드럽게 복사하고, 시끄럽게 도장찍는다.

나는 여기서 살 거야. 커피랑 공단급식먹고 살 거야. 그 애는 배가 고프고.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그 애는 쉽게 맹세를 한다. 알았어, 이제 정말 점심먹으러 가야 한단다.
알겠니? 우리들은 밥먹으러 갈 거고. 너는 두고 갈 거야. 그리하여 우리들은.

작은 식판에다 시원하게 밥을 담는다. 상담실에 에어컨을 키고 낮잠을 잔다.
저길 봐, 그 애가 아까 민원대에서 아직도 민원인과 싸우고 있어. 업무가 많다고 생각하면서. 그 애의 선임이 소변을 본다.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 저래.
여섯시면 집으로 퇴근할 거다. 그것도 제 발로 걸어가겠지.

친절하면 만만하게 보고 욕먹고. 불친절하면 벌써부터 욕먹고. 근무시간은 십 분 전보다 십 분 정도 지났을 텐데. 아직도 민원인이 화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그 애는 시끄럽게 등본을 땐다.

잘하는 것을 알아낸 다음. 하나도 시키지 말란 말이야. 우리들의

말년을 형이라고 부르면서. 그 애의 맞선임은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은 저 애를 달래지 않을 거예요. 투고의 결정에 말년은 만족하고.
우리들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대단한 결심을 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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